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 이후 소문으로만 나돌던 수도 예정지 주민들의 피해 유형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민 피해가 정부정책 변경에 의한 불가피한 것인지, 아니면 주민책임인지, 합당한 법적 보상 근거 등을 지니고 있는지는 철저한 법률적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남 연기군 남면 Y씨(50)는 “정부의 보상이 이뤄지면 다른 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농협에서 6억, 사채로 2억을 빌려 2600평의 농지를 구입했다. 이제 한달에 500만원의 이자만 물게 됐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공주시 장기면 당암리 20여 가구도 이사준비에 대비해 농협 신용금고 사채 등을 통해 가구당 2∼5억원씩 대출을 받았지만 위헌 결정 후 대출금 상환이 막막해졌다.
수도예정지 주민들이 대체농지 등의 구입을 위해 최근 2년여 동안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융자받은 규모는 1100억∼1300억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도 예정지 주민들의 피해는 대체적으로 이 같은 유형.
기업체들도 된서리를 맞게 됐다. 연기군 월산공단 내 26개 입주기업 중 일부 기업들은 행정수도 편입에 대비해 타 지역에 공장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전 무산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전비를 받기는커녕 매입해 놓은 공장 부지의 가격폭락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축산농가들도 축산 전업농으로 인정받기 위해 보상기준(15마리 이상)에 맞춰 소를 마리당 350만원씩 입식해 결국 5000만원 이상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땅값 상승 등으로 대출한도를 늘려온 금융기관의 부실도 예상된다.
수도이전 확정발표 이후 예정지의 토지 및 주택가격이 3∼4배 오르자 대출한도를 크게 늘려왔으나 이제는 본격적인 대출금 회수에 나설 것이 예상되기 때문.
이럴 경우 농민들은 담보물건을 매도해야 하나 토지가격이 급락하는 바람에 원금 상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국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 대책회의를 갖는 등 향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밖에 아파트를 분양했던 건설사들도 계속된 계약해지 요구에 곤욕을 치루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부만 믿고 대책을 추진한 주민들과 기업들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대책에 촉각만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