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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대통령 정치·이념문제에서 손떼라”

입력 | 2004-10-28 11:48:00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경기 군포)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28일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은 정치나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하지 말고 정책에 대해서만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치는 가급적 국회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해선 아예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정책의 영역에선 좌파 소리 듣는 것을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고 김 의원은 충고했다.

그는 “우리국민들이 진짜 답답해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좌파라서가 아니라, 내놓은 정책이 별로 없거나 그나마 경제를 살리는 구실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책문제 외에는 대통령께서는 호불호를 드러내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모름지기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민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이해찬 총리의 지난 유럽순방중 술자리 발언 파문과 관련해서도 “총리께서 출타중 특정 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니, 특정정당이 나쁘다느니 한 언표는 총리답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여당의원으로서 개혁을 한다면서 마치 혁명하듯이 조급하게 덤볐던 것은 아닌지, 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일에 그토록 서툴렀는지 가슴 저리게 자성한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말자는 입장이냐”라고 반문하며 “야당도 대안 없이 남의 발목만 잡아왔다는 것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반성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여당은 여당답게 야당은 야당답게 각자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각자가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하면 저절로 경제가 제 자리를 찾을 것이고, 국민들의 마음도 스스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해당 발언 요지▼

"'답지 않은' 것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께서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제 지적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께서는 가급적 이념적 문제에 대해서 한발짝 물러나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정책에선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찬반논란이 파급되고 그것이 다시 수렴되고 하는 것이 분명 정치발전입니다.

정책적 입장이 없는 대통령이 사실 민주주의에선 더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정치나 이념 영역에서는 다릅니다.

정치적 사안에서도 가급적 여야당과 국회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념이나 이데올로기에선 아예 대통령께서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대신 정책의 영역에선 좌파 소리 듣는 것 전혀 겁낼 필요가 없습니다.

대통령께는 출중한 총리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총리만큼 판단이 정확하고 추진력 있는 정치인도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출타 중 총리의 언표 또한 총리답지 않았습니다. 가치 판단 차원에서 어느 언론이 옳네 그르네 하는 것은 합당치 않은 것입니다. 공정한 경쟁관계를 정부가 조성하는 건 현대국가의 자연스런 의무입니다. 언론시장 역시 공정해야 한다는 건 따라서 정부가 당연히 견지해야 할 원칙일 따름입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뭐하러 특정 신문이 역사의 반역자니 뭐니 이런 말을 왜 합니까."

디지털뉴스팀·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