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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체험여행]전북 순창 추령장승촌

입력 | 2004-10-28 16:45:00

추령장승촌 곳곳에 순박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는 장승들. 보는 이로 하여금 슬그머니 미소짓게 하는 정겨운 풍경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빨간 애기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에는 마지막 단풍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내장산 아랫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한 추령장승촌 또한 남도의 가을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손색없는 곳.

해학적인 얼굴에 순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장승들이 마을 가득히 들어앉아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다음달 15일까지는 장승축제도 열린다.》

○ 가을재에서 만나는 장승들

전북 순창군 복흥면 서마리 추령장승촌. 해발 320m 고갯마루에 자리해 여름철 서늘한 날씨, 겨울철 설경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을의 아름다움을 따라올 수 없어 일명 가을재, 즉 추령이라 불린다.

이 곳에서 한 해 동안 꾸준히 만들어온 장승을 모아 장승축제를 열어온 것이 올해로 10회째. 한국적 특색을 살린 축제 중 하나라는 입소문이 자자한 행사다.

아주 옛적부터 마을 어귀마다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서서 푸근함과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장승. 현대화의 물결 속에 슬며시 자취를 감추게 됐지만 그 미소와 웃음을 기억하고 있는 추령마을에선 여전히 가을 축제의 주인공이다.

국내 유일의 장승마을로 알려진 이곳은 길목마다 우리의 전통 장승은 물론 아프리카, 시베리아, 인도 등에서 건너온 작품들까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2000여평의 공간에 갖가지 얼굴을 한 장승은 모두 1000여점.

낼름 혀를 내민 뱀장승 등 12지신상을 비롯해 한껏 치장한 연인 장승 등 갖가지 형태의 장승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대부분 눈을 부릅뜨고 큰 이빨을 잔뜩 드러내 염라대왕을 방불케 하는 괴이한 모습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맘씨 좋은 할아버지 같다. 또 ‘버려야 얻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세 번은 웃자’ 등 장승마다 새겨진 글귀를 보면, 새삼 살아가는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 내가 깎는 장승의 얼굴은

장승촌 안에는 선사시대의 움막을 재현한 세모꼴의 볏짚 움막이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공간이다. 마을 한복판에 장승들이 벽처럼 늘어서 있는 주막에선 향긋한 전통차도 맛볼 수 있다. 무료로 장승그림을 그려주는 곳도 있다.

장승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촌장인 윤흥관씨와 기능인들이 직접 장승 깎기 강습을 진행한다. 특히 도시 꼬마들에게 장승은 아주 낯선 존재지만 장승 깎기 체험(개당 2만원)을 하고나면 어느새 장승과 친구가 된다. 들뜬 얼굴로 나무를 깎는 아이들 손놀림이 제법이다. 무엇보다 볼품없는 통나무가 시간이 지나면서 장승으로 변하는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다.

장승 깎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우선 향긋한 나무냄새가 솔솔 풍기는 소나무를 길이 50∼60cm가량으로 잘라 껍질을 벗겨내고 기능인들이 얼굴형태의 윤곽을 미리 잡아준다. 그런 다음 눈 코 입 등 세부 모양은 전적으로 만드는 이의 몫이다.

부리부리한 눈으로 만들고 싶으면 크고 둥그스름한 눈 주변을 깊이 파내고 날카로운 눈매를 표현하고 싶으면 타원형의 긴 눈 주변을 살짝 파내면 된다. 어느 정도 장승의 꼴을 갖추려면 눈과 입을 크게 깎는 게 포인트. 장승 하나를 놓고 가족이 함께 참여해 눈 코 입을 각각 맡아 경쟁하듯 깎아내는 모습도 정겹다.

장승 하나를 깎는 데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한참동안 나무를 파내다 보면 손목이 뻐근해오지만 어느새 정겨운 얼굴로 눈앞에 나타난 장승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장승을 만드는 내내 날카로운 끌과 망치를 사용해야 하므로 잡생각은 금물. 집중력을 발휘해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면 멋진 장승이 된다. 원하면 장승에 색을 칠해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 강천산의 붉은 산책길

장승을 만들고 난 후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강천산도 둘러보자. 순창군과 전남 담양군을 가르고 있는 강천산은 내장산과 더불어 전북의 단풍을 대표하는 명산. 높이는 584m로 보잘것없지만 순창 사람들은 섬진강 너머 지리산보다 더 자랑스럽게 여긴다. 깊은 계곡과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절벽 등이 산의 이름값을 높여주기 때문.

특히 가을에는 매표소에서 구름다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가벼운 단풍산책길로 인기가 높다. 평탄하게 다져진 흙길 옆으로 흐르는 강천천이 붉은 융단을 씌워놓은 것처럼 빨간 단풍의 바다로 변한다. 한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구름다리(지상에서 50m)를 지나는 맛도 이곳만의 특징. 철제다리 임에도 중간쯤 서면 흔들거려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아찔하다. 강천산의 단풍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순이 절정. 추령장승촌 063-652-5596 강천산관리사무소 063-650-1533

▼1박 2일 떠나볼까▼

1.순창 도착→추령장승촌 돌아보기(입장료 500원, 24시간 개방)

2.장승깎기 체험(장승 한 개 만드는데 2만원)→숙박

3.이른 아침 강천산 둘러보기(입장료 1000원)→귀가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