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기 좋은 계절. 한강 둔치나 동네 학교 운동장에서 걷거나 뛰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을 제대로 찾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몸이 모두 다르듯 필요한 운동도 제각각이다.
단축 마라톤이 잘 맞는 사람이 있고,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운동 처방 전문가들을 만나 내 몸에 맞는 운동을 고르는 요령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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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은 하면 할수록 좋다?
내게 맞는 운동을 고르려면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운동처방사 한동길씨가 체성분 검사를 실시하며 지방,근육, 체수분의 비율 등을 설명해 주고 있다. -강병기기자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운동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스포츠, 레저 등을 다 싸잡아 ‘운동’이라고 통칭하는 경향이다. ‘스포츠’는 생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건강을 위해 필요한 ‘운동’은 생리적 한계 이내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많이 한 사람이 빨리 늙듯 스포츠 수준으로 지나친 운동을 하면 몸의 세포들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해산소가 형성되어 노화를 촉진시킨다. 중년 이후에는 유해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효소 생성력이 떨어지므로, 30대 이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스포츠 수준으로 운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근육과 관절의 통증 등 퇴행성 질환을 앞당겨 겪기도 쉽다.
강도높은 운동을 뒤늦게 시작한 사람들이 ‘이틀만 쉬어도 몸이 찌뿌듯하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운동 중독’으로 좋지 않은 신호다. 엔도르핀의 과잉분비가 몸의 이상을 감지하는 감각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하고 나면 피곤하다는 느낌이 들거나, 할 때 너무 힘이 들면 운동을 100%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은 노동처럼 하면 안 된다. ‘운동 능력은 사선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향상된다’는 통설도 스포츠 선수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은 적정 수준(보통 운동을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을 넘지 않아야 하며, 점진적으로 강도를 늘려나가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 내 몸에 맞는 운동 고르기
이상적인 운동은 유산소운동 70%+근력운동 25%+유연성 강화운동 5%를 기본으로 각자 체질과 체형에 맞게 비율과 강도를 조절해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내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면 △질병의 유무 △체력 상태(나이와 체형, 직업, 출산 경험 등을 모두 포함) △자각적 느낌을 종합해야 한다.
체력 상태를 점검하려면 운동부하 검사를 하거나 피트니스 클럽에서 체성분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도 간단한 점검은 가능하다.
계단을 오를 때 몸의 변화에 주목해보라.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차서 더 이상 못 걷겠다는 느낌이 들면 단순한 운동 부족이지만, 다리가 아픈 느낌이 더 강하면 근골격계 강화운동, 숨이 찬 느낌이 더 강하면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유연성을 기르기 위한 스트레칭은 운동을 시작할 때와 끝낼 때 반드시 해야 한다.
자기 몸의 운동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심박수가 곧잘 쓰인다.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려면 최대심박수(220-나이)의 70∼85%로, 체중감량을 원하면 60∼70%, 초보자는 50∼60%로 운동하면 된다. 운동을 해서 심장이 튼튼해지면 같은 강도의 운동에서 심박수가 감소한다.
○ 종류별 맞춤 운동
▽걷기=비만인 사람들, 특히 하체 비만이 심각한 사람들에게 잘 맞는다. 혈액순환이 잘 안돼 손발이 자주 저린 사람에게도 좋다. 운동을 막 시작한 초보자들도 걷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 타기=상체가 비만하고 하체가 허약한 사람, 조금만 운동해도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그만큼 칼로리 소모는 적어 체중감량의 효과는 걷기, 달리기보다 낮다. 특히 요통, 무릎 통증이 있는 사람들은 약한 강도로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다.
▽달리기=심폐기능이 허약한 사람들은 걷기를 한동안 한 다음에 달리기를 해서 약간의 과부하를 주는 것도 좋다. 달리면서 옆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고 약간 헐떡거리는 수준으로만 뛴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지만 현재 골다공증 환자에겐 위험하다.
▽등산=요통이 있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경사도가 30% 이상이면 무릎과 관절에 부담이 가므로 완만한 경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영=퇴행성관절염, 혹은 오십견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쉽게 지치고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은 전신지구력이 부족하므로 수영, 조깅, 에어로빅 같은 유산소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운동=누구나 해야 하지만 특히 좌우대칭이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겐 필수적이다.
▼연령대별 몸에 맞는 운동을 아시나요▼
○30대
본격적으로 근육의 노화가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유산소운동보다 근육운동의 비율을 높여 근육 손실을 막는 데 주력한다. 큰 근육 (배, 등, 어깨, 허벅지)을 위주로 한 근력운동을 1주 3회 이상 한다.
○40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유산소운동의 비율을 30대보다는 늘려서 진행한다. 유연성이 심하게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운동 전후 스트레칭에 유의해 부상을 예방한다. 특히 40대에서는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휘청거리는 증상을 겪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내측광근(허벅지 안쪽)의 노화 때문이다.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 계단을 오르는 운동을 자주 한다.
○50대
심장과 폐가 약해 신진대사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며 쉽게 피곤해지고 관절 사이의 연골과 인대도 기능이 떨어진다. 근력운동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강도를 높이지 말고 낮은 강도로 여러 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운동해 지구력을 내는 지근섬유를 발달시킨다.
○60대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을 병행하되 1주 3회를 넘지 않는 선에서 과도한 운동을 삼간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