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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략적 헌재 개편 안 된다

입력 | 2004-10-28 18:28:00


여권 일각의 헌법재판소법 개정 움직임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한 반작용에서 나온 것으로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통령 탄핵소추 기각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가만있다가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이 나오자 헌재 개편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내용을 차치하고 그 의도와 시기 면에서 결코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

일부 여당 의원과 시민단체는 재판관 9명 전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헌재 구성을 법조인 출신 일색에서 헌법학자 등을 포함시켜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가 선출하는 헌재 재판관 3명이 인사청문회를 거치므로 나머지 6명도 업무의 중요도와 형평성 차원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에 일견 타당성은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현실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3명은 물론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까지 집권 여당의 코드에 맞는 사람으로 고르려는 정략으로 비칠 수 있다.

헌법은 헌법기관의 임기를 다르게 함으로써 정치권력과 헌재의 동화(同化)를 막으려는 장치를 두고 있다. 헌재 재판관의 임기(6년)와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임기(5년)가 달라 노무현 대통령 임기 때 임명된 재판관들은 대부분 임기를 차기 대통령과 함께하게 된다. 헌재의 구성 논의가 초정파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헌재 개편을 논의하더라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수도 이전 위헌 결정에 대한 보복이나 분풀이로 비쳐서는 국민의 공감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을 정권의 코드에 맞춰 고르려는 정략적 발상은 옳지 못하다. 속 보이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