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왼쪽)은 28일 전국 16개 시도지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노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제동이 걸린 수도 이전의 대안으로 상당수의 중앙행정기관을 충청권으로 옮기는 ‘행정도시’를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전국 시도지사들과 2시간여 동안 가진 간담회에서 “각 행정부처는 서울에 떡 버티고 앉아 있고, 공공기관만 지방으로 전부 가라고 하면 과연 받아들여지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행정수도의) 취지를 살리고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쪽으로 하면 대화를 통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며 “헌재도 수도의 개념을 좁게 해석해서 대안을 마련할 여지를 남겨뒀고, 한나라당도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청권 시도지사들의 행정수도 재추진 주장에 대해선 “충청도민들도 답답하겠지만, 헌재 결정에 저촉되는 정책을 정부로서는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간담회에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는 “행정수도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고 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 이원종(李元鐘) 충북지사는 “행정수도 건설을 원래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도지사들은 대체로 “행정수도 추진이 차질을 빚은 것과 별개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정책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충청권의 시도지사 3명은 간담회 후 노 대통령을 25분간 따로 만나 “갑작스러운 헌재 결정으로 충청권 경제가 혼란에 빠진 만큼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간담회의 주요 발언 요지.
▽염홍철 대전시장=신행정수도는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조그만 행정도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원종 충북지사=충청권은 헌재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산발적인 대책도 받아들일 수 없다.
▽손학규 경기지사=헌재 결정을 편법으로 피하기 위해 변형된 형태의 수도 이전을 추진하면 국론 분열은 더 심해질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서민들이다. 수도권을 가진 자, 기득권자로 몰아 편 가르기 하지 말라.
▽이명박 서울시장=통일 이후까지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 신행정수도가 안 되면 다른 것도 안 된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노 대통령=장수가 투구가 찌그러지고 갑옷이 누더기가 되면 똑같은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도 영(令)이 서지 않는다. 국회 결의를 믿고 정책을 추진하다가 그만 암초에 부딪혀 투구가 좀 찌그러졌다. 대통령을 한번 도와 달라. 여러분과 여러 차례 거듭 확인한 정책에 대해서만 권한을 행사하겠다.
이날 간담회에는 해외출장 중인 김태호(金台鎬) 경남지사를 제외한 15명의 시도지사가 모두 참여했다.
▶ 盧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 발언 전문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