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폭발물 342t 증발사건을 취재해온 CBS가 같은 사안을 추적하고 있던 뉴욕 타임스에 “보도 시점을 일요일(31일)로 맞추자”고 제안한 사실이 27일 공개되면서 편파 시비에 휩싸였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 소식이 워싱턴 타임스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CBS가 언론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BS가 첨예한 선거 쟁점을 취재하고도 대통령선거 투표 개시 36시간 전에 보도하려고 한 것은 정부가 해명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선거가 시작되도록 만들려는 정치 행위라는 지적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제안을 일축한 뒤 25일 1보를 홈페이지에 올렸고 CBS도 곧바로 이 내용을 방송했다.
CBS는 27일 “이라크 상황이 워낙 다급하게 전개돼 어쩔 수 없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CBS 관계자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60분’의 취재팀이 이 사안을 취재하면서 원래 편성 시간인 일요일을 기다렸던 것이며 이라크에서 방송 카메라를 제때 현장에 보내는 게 어려웠던 점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폭스TV에 출연해 “메이저 방송사가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CBS의 적극적인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문은 방송사에 오점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불과 50여일 전 ‘메모 게이트’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탓에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