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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데이트]전원주 “힘드시죠? 한바탕 웃어봐요, 하하하”

입력 | 2004-10-29 18:32:00

“이렇게 입 아래쪽이 더 튀어나오면 복이든 뭐든 흘러내리지 않게 밑에서 막아줘서 말년에 복이 있대요.그 말이 딱 맞지 뭐여요. 으하하하하하하∼” 연기 인생 39년만에 첫 주인공을 맡고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전원주씨. 김미옥 기자


뺑덕어멈이 주인공인 마당놀이 ‘뺑파전’(연출 유길촌)이 11월 13일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막을 올린다. 창극으로 공연돼 온 ‘뺑파전’이 마당놀이로 선보이는 것은 올해가 처음. 주인공 ‘뺑파’ 역에는 중견 탤런트 전원주씨(65)가 창극에서 ‘1대 뺑파’를 맡았던 국악인 김영자씨와 더블 캐스팅됐다. 전씨로서는 연기인생 39년 만의 첫 주인공이다.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 연습실에서 26일 밤 전씨를 만났다.

● 연기인생 39년 만의 첫 주인공

“여기서 어으∼ 저기서 어으어으∼ 하니까 기가 죽어서 도통 말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아.”

이번 마당놀이에서 함께 공연하는 전북도립창극단원들의 맛깔 나는 소리에 감탄하던 그는 곧 “나는 또 나만의 뺑파를 만들어 내야죠, 안 그래요?”하며 특유의 “하하하하하∼” 하는 호탕한 웃음을 뽑아냈다. 그는 소리 대신 김수희의 ‘못 잊겠어요’ 등 가요를 부르며 ‘대중적 뺑파’를 선보일 예정.

뺑파는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아버지에게 남긴 300억원을 탐내 의도적으로 심 봉사에게 접근해 그의 재산을 빼돌리지만 나중에 개과천선, 악착같이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인물.

“멋지게 해내야 하는데…. 평생 첫 주인공이거든. 데뷔는 1972년(TBC 탤런트)에 했지만 그 전에 기독교방송, 동아방송에서 성우를 했으니 연기 인생 39년 만이죠. 요즘은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나에게 이런 날이 있다니….”

● 인생 역전의 주인공

대학(숙명여대 국문과)까지 나왔지만 20여년간 그는 늘 배운 것 없는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만 도맡았다. 외환위기 때엔 이런 이미지가 오히려 ‘생활력 강한 아줌마’로 비쳤고 이를 코믹하게 활용한 모 이동통신 CF를 통해 그는 완전히 ‘떴다’.

“빛 본 건 몇 년 안됐죠. 그래서 나이 때문에 초조해져요.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다 못하면 어쩌나 싶어서….”

그는 쏟아지는 일거리에 감사해 하며 늘 도전한다. 방송을 하면서 짬을 내 2년 전 연극 무대에 섰고, 지난해엔 뮤지컬에도 출연했다. 올 6월 자신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담긴 ‘해피송’ 등 신곡 4곡을 수록한 앨범도 냈다.(자신의 이름과 같아 명예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강원도 원주에서만 2만장이 팔렸다고 그는 밝혔다.)

요즘 그는 ‘명강사’로 인기다. 백화점 문화센터부터 보험설계사, 경찰, 심지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앞에서까지 강연을 했다.

“안 되는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버틴 끝에 성공한 내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힘을 얻나 봐요.”

별명이 ‘전쭝얼’이었을 만큼 늘 중얼중얼 대사를 열심히 외우며 노력한 이야기, 방송국에서 가장 마음 편했던 곳이 화장실이었을 만큼 고달팠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들은 울고, 웃고, 그리고 다시 희망을 얻는다.

“매번 사람들 앞에서 박수를 받으면 눈시울이 뜨겁고 뭔가 울컥해요. 행여 제가 자만하거나 욕심을 부릴 때는 늘 스스로를 다지죠. ‘전원주, 너 그러면 안돼, 넌 아직도 멀었어’ 하고요.”

공연은 12월 5일까지. 3만원, 3만5000원. 02-3444-0651

전주=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