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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는 盧대통령 ‘총대 총리’

입력 | 2004-10-29 18:32:00


이해찬 국무총리의 한나라당 비난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하면서 정부 안팎에서 “이 총리가 새로운 총리 유형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역대 어느 총리도 국회 의사일정을 중단시키는 사태를 자초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불린다. 헌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 총리를 임명토록 규정하는 한편 총리의 핵심기능을 ‘대통령 보좌’라고 명시해 그 한계도 밝히고 있다.

그만큼 처신이 어려운 자리여서 그 역할과 행태에 따라 △실세 총리 △얼굴 마담형 총리 △행정(실무) 총리로 흔히 분류돼 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3공화국 때의 김종필(金鍾泌), 5공 때의 노신영(盧信永), 6공 때의 노재봉(盧在鳳)씨 등이 ‘실세 총리’로 불렸지만 진정한 실세 총리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의 김종필 총리뿐이다”고 말했다.

정권이 위기에 몰렸을 때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영입했던 대학총장 또는 사회 저명 원로 출신 총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얼굴 마담형’에 속한다.

행정 총리로는 4공화국 때 경제개발을 주도한 남덕우(南悳祐), YS 정부와 참여정부 때 두 차례 총리를 지낸 고건(高建)씨가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 전문가는 “3공 때 정일권(丁一權) 총리는 한일수교 회담을 앞두고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던 상황에서 총리에 취임하면서 스스로를 ‘방탄 총리’라고 부른 적이 있다”며 “이 총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멘 ‘총대 총리’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