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손삼호 대장. 택시에서 껌을 팔아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미친놈 소리 듣지 않고 어디 ‘봉사’ 할 수 있습니까.”
택시에서 껌을 팔아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손삼호(孫三鎬·65) 대장이 1986년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이 들은 소리는 ‘미친놈’이다.
1통에 100∼500원 하는 껌을 팔아 1000만원 정도 든다는 수술비를 마련하겠다고 했을 때도, 생면부지의 아이들을 돕겠다고 20여평짜리 연립주택을 담보로 사무실을 얻었을 때도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택시운전사지만 손님들에게서 우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더 열심히 사는 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비싼 수술비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는 심장병 어린이 환자가 전국에 5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거다’ 싶었죠.”
처음 동료 운전사 9명이 시작한 이 모임은 지금은 전국 40개 지부 1만여명의 택시운전사 등 모두 1만50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큰 모임이 되었다.
이들이 1년에 모금하는 금액은 1억원 정도. 100원에서 1만원까지 손님들이 내는 액수도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껌 1500만통을 팔아야 모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렇게 해서 그동안 22억7400여만원을 모아 모두 766명의 아이들에게 튼튼한 심장을 심어주었다.
그중에는 살아나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면 손 대장은 직접 병원을 찾아 손수 아이들을 염해주고 장례를 치러준다.
그러나 그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의심어린 눈초리다. 그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래서 아예 껌 판매 수금함은 봉인을 하고 기부금도 반드시 손님이 직접 모금함에 넣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해엔 수술 대상을 외국의 어린이들로까지 넓혔다.
그는 “아이들의 가슴에 되살린 것이 단순히 심장이 아닌 따뜻한 마음이었으면 좋겠다”며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는 초창기 수혜자들에게 이 모임의 운영을 맡기는 순간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