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전남 진도군 바닷길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관광객의 무분별한 조개 채취로 개펄과 모래가 조류에 씻겨 나가고 해안가의 선착장, 도로 등이 조류의 흐름을 막아 바다가 갈라진 뒤에도 군데군데 물이 고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비의 바닷길’ 훼손 실태는 진도군이 전남대 해양연구소에 의뢰한 용역조사 결과 밝혀졌다.
전남대 해양연구소는 2002년부터 1년간 바다가 갈라지는 고군면 회동리∼의신면 모도간 2.8km를 조사한 결과 회동쪽에서 모도방향으로 800m에 이르는 바다 지형이 40cm 정도 낮아진 사실을 확인했다.
해양연구소측은 “바다가 갈라질 때마다 찾아온 관광객이 조개를 캐기 위해 호미 등으로 바닥을 마구 파헤쳐 개펄과 모래가 조류에 씻겨나가 바다 밑이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회동과 모도 해안의 선착장과 도로 등 시멘트 구조물이 바닷물 흐름을 바꿔 지형 침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연구소 측은 덧붙였다.
조양기 전남대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진도 바닷길은 매달 서너 차례 갈라지는데다 시간도 한 시간 정도로 짧기 때문에 다른 지형에 비해 조류 변화에 민감하다”면서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신비의 바닷길이 자취를 감출 수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진도군은 이에 따라 낮아진 지형에 개펄과 모래를 쌓기로 하고 문화재청에 내년부터 3년 동안 4억2000만원을 지원해주도록 요청했다. 또 관광객들의 조개 채취를 막기 위해 환경단체와 함께 감시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