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응룡 감독은 팀의 4번 타자 로페즈를 보면서 36년 전 히트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제목을 떠올리는 듯하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던 로페즈는 한국시리즈에 들어와선 빈타로 헤매는 바람에 김 감독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실제 28일 6차전에서 김 감독은 로페즈를 붙박이 4번 타자에서 7번으로 강등시켰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로페즈는 0-0이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볼넷을 골라내 끝내기 밀어내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로페즈가 김 감독에게서 사면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로페즈를 믿을 수 없어서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운이 따라줬지”라고 김 감독은 시큰둥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29일 7차전 선발 출장 명단에 로페즈를 슬쩍 4번으로 다시 갖다 놨다.
감독의 이런 맘을 아는지 이전까지 17타수 1안타의 물방망이였던 로페즈는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모처럼 안타를 때려내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다. 뿐만이 아니었다. 타자 일순해서 로페즈가 다시 타석에 섰을 때 상대투수 전준호가 폭투하는 바람에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이쯤 되면 로페즈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사나이 아닐까? 김 감독이 8차전에서 로페즈를 몇 번 타자로 내보낼지 궁금하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