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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노원문화예술회관 “발로뛴 구청직원들 흥행 주역”

입력 | 2004-10-31 17:49:00

서울 동북지역의 문화중심으로 자리잡은 노원문화예술회관의 대공연장(오른쪽). 이곳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에서 네번째부터 류창열 운영관리팀장, 남택명 관장, 공연담당 김재원 정연수씨.사진제공 노원문화예술회관


국립발레단의 전막발레 ‘백조의 호수’, 한국 넌버벌 퍼포먼스의 대명사 ‘난타’, 헝가리 집시 오케스트라 콘서트,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

6월 16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에 개관한 노원문화예술회관이 4개월 남짓 동안 무대에 올린 공연의 화려한 면면이다. 이 극장의 ‘얼굴’인 대공연장은 불과 616석 규모. 당연히 거의 모든 공연이 ‘매진사례’다. 기초자치단체(구청) 산하의 문화예술회관이 어떻게 ‘A플러스’에 해당하는 이런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 ‘있어야 할 곳에 생겨났다’

“서울 동북부는 아파트 밀집지역이고 젊은 고학력 주민이 많습니다. 문화 향유 욕구는 높은데 그동안 적절한 시설이 없었죠.”

노원구청 공보과 함대진 주임의 설명이다. 노원구는 인구 64만명의 ‘거대 기초자치단체’다. 노원구뿐 아니라 인근의 도봉, 중랑구에서도 대학로 한번 가려면 한 시간이 걸린다.

“이곳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강북 8학군’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대한 학원가와 독자적 상권이 형성돼 있죠. 이런 지역 특성에 걸맞은 문화시설의 욕구가 컸던 겁니다.”

함 주임은 개관 후 4개월 동안 인근 40평형대 아파트 값이 3000만원이나 뛰었다고 전했다.

● ‘발로 뛴다’

노원문화예술회관의 기획인력은 단 3명. 공연 전문가는 한 사람도 없다. 류창열 운영관리팀장은 “백지상태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행사 윤곽들을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잠시 근무해본 경력도 있어 당시의 동료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묻곤 했습니다.”

예술의 전당 공연팀, LG아트센터 등 닥치는 대로 찾아다녔다. 24일 공연한 헝가리 집시 오케스트라는 ‘내한기간 중 사흘 동안 일정이 빈다더라’는 소문을 듣고 무작정 접촉해서 공연을 싼 가격에 성사시켰다. 백건우 피아노 독주회도 ‘백씨가 지방 연주에 성의를 갖고 임한다’는 소문만 듣고 접촉해 내한일정 중 하루를 ‘뽑아냈다’.

● 든든한 시설과 지원

1999년부터 서울소극장오페라축제를 열어온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은 5일부터 열리는 올해 축제 중 2개의 프로그램을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유는 ‘음향이 빼어나고, 오케스트라 피트(pit) 등 우수한 시설을 갖추었기 때문’.

노원문화예술회관은 1998년 공사에 들어가 245억여원을 들여 완공됐다. 연 예산은 30억원, 공연개런티 등 기획예산으로 책정된 것만 2005년에는 9억5000만원이다. 여느 기초자치단체 극장 예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족한 규모다.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는 올해 중 ‘유익종 투어 콘서트’(11월 19일), ‘윤희정과 친구들’(12월 17일),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12월 3일), ‘금난새와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2월 25, 26일) 등이 열릴 예정. “깜짝 놀랄 만한 세계적 아티스트 공연 두 건도 유치 교섭 중”이라고 남택명 관장은 귀띔했다. http://art.nowon.seoul.kr, 02-3392-5721∼6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