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내년 초 출범 예정인 통합거래소의 초대 이사장에 대한 온갖 얘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법정 출범 시점(내년 1월 28일)을 3개월여 앞둔 지금까지 이사장 후보가 추천되지 않아 ‘말 못할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현재 유력한 이사장 후보로 한이헌(韓利憲)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이인원(李仁遠)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과 퇴직 관료가 이사장을 맡는 것에 대해 증권거래소 노조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선임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습니다.
증권가에는 초대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네 가지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습니다. ‘유력후보 유혈 입성설’과 ‘유력후보 무혈 입성설’, ‘어부지리설’, ‘음모론설’입니다.
‘유력후보 유혈 입성설’은 유력후보 중 한 명이 청와대의 지원 아래 초대 이사장이 돼 거래소 노조와 일전을 벌일 것이라는 예측이죠. 여러 모로 수세에 몰린 청와대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강공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유력후보 무혈 입성설’은 유력후보를 반대하는 노조가 거래소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선물거래소와 코스닥위원회 노조는 관료나 정치인이 통합거래소 이사장으로 오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래소 통합 과정에서 생긴 노조간 알력 때문에 동조하지 않는 겁니다. 따라서 노조끼리 싸우는 와중에 유력후보가 손쉽게 이사장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논리입니다.
‘어부지리설’은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거래소 노조를 의식한 정부가 노조 입맛에 맞는 ‘제3의 인물’을 대신 내세울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음모론설’은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로 통하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미리 이사장 후보를 점찍어 둔 상태에서 유력후보들을 일부러 언론에 흘려 상처를 받게 한 다음 낙점해둔 후보를 입성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입니다.
송진흡 경제부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