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상태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좌파 공세’에 대해 먼저 사과하지 않는 한 이해찬 국무총리의 사과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의원총회와 고위당정회의에선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는 강경 발언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장외투쟁도 불사할 태세여서 여야 정면충돌 조짐마저 보인다.
이 총리의 책임이 큰 만큼 먼저 사과함으로써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하는 것이 옳다. 총리의 한나라당 폄훼 발언만 아니었더라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뒤집기를 되치기 해야 한다” “박근혜식 색깔 독재” “보수 세력의 제2의 탄핵” 등 또 다른 막말로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나라와 국정 전체를 봐야 한다. 10·30 재·보선 결과에서도 드러났지만 민심은 바닥이다.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도 20%대로 떨어졌다. 4·15 총선에서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민심이 왜 이렇게 변했는가. 여전히 “기득권 세력의 발목잡기 때문”이라고 믿는다면 해법은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내부의 온건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도 처음엔 “우리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총리는 유감을 표명하고 한나라당은 색깔공세를 중단하는 선에서 문제를 풀자고 했다가 이틀 만에 강경으로 선회했다. 그는 “이 정부와 여당 안에 좌파나 주사파가 있다면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으로 당장 고발하라. 얼마든지 고문당해줄 용의가 있다”는 거친 말까지 쏟아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사태 수습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노 대통령은 경남 통영에서 투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바뀌었다면서 “1990년대 후반을 넘어서면서 투쟁이 국가발전에 점점 짐이 되는 것 같다”고 했지만 정작 이 총리의 막말과 이로 인한 여야 대치정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대통령이 말한 ‘책임총리제’이자 총리와의 역할 분담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