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이 패배한 다음 날.
젊은 공화당원들은 미 워싱턴 중심가에 있는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에 집결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시 당시 대통령의 머리는 핏빛 페인트로 범벅돼 접시 위에 놓여졌고, 젊은 공화당원들은 이 접시를 들고 워싱턴 시가지를 행진했다. 영국 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8일 인터넷판에서 당시 상황을 ‘보수주의의 쇠약과 분열을 염려하는 공화당원들의 집단적 신경쇠약증세’였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한 접전 양상인 이번 대선이 끝나면 공화, 민주 진영은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예상과 달리 공화당측은 패배해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보수층은 그 어느 때보다 단결돼 있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여유로운 입장이라는 것.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이 이라크전쟁 과정에서 갈라졌던 보수층을 단결시킨 데다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미 의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은 공화당과 딴판일 것 같다. 미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1일자)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진보 진영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0년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쓰라린 패배를 기억하고 있는 진보층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오직 편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일부 민주당 지지 단체들은 벌써부터 존 케리 후보가 낙선할 경우에 대비해 대선 다음날(3일)을 ‘분노의 날(Day of Outrage)’로 선언하고 미 전역에서 각종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