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장애는 없다.” 10km에 도전해 완주한 발달장애아 조재훈군(왼쪽)과 서상원군. 경주=특별취재반
“마라톤은… 땀을… 흘리며… 뛰는 거야.”
31일 동아일보 경주오픈마라톤대회에서 나란히 10km를 완주한 조재훈(14·부산 해운대 양운초교 6년), 서상원군(14·〃 해강초교 6년)은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발달장애(자폐증)가 있는 이들은 동반주자(페이스메이커)의 손을 잡고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결승선에 뛰어들었다.
1시간 만에 골인한 조군은 자신을 기다리던 어머니를 힘껏 부둥켜안았다. 그는 어머니에게 서툰 말로 “엄마, 뛰·었·어”라며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출발선을 뛰어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을 졸였어요. 무사히 완주한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어머니 이말이씨(46·부산 해운대구 좌동)는 “일 때문에 경주에 오지 못한 남편도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걱정했다”며 내내 대견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두 소년이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년 전.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재활을 위해 다니는 사회복지법인 푸른마을(부산 사상구 괘법동)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자폐증으로 닫힌 마음을 여는 데는 달리기가 좋다는 사회복지사들의 권유에 따른 것.
이들은 5월 부산마라톤대회에 출전해 5km를 뛰었다. 10km를 달려야 하는 이번 경주마라톤은 완주를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도전. 1시간16분 만에 골인한 서군은 7km 지점에서 포기할 뻔했다. 다리에 힘이 빠지자 동반주자의 손을 놓고 투정을 부린 것.
그의 손을 잡고 뛴 푸른마을 노호성 사회복지사(33)는 “상원아, 엄마 보고 싶지 않아? 조금만 더 뛰자”며 용기를 북돋웠다. 이 말을 들은 상원이는 다시 손을 잡고 달렸다.
입을 꽉 다문 채 골인하는 아들을 바라보던 어머니 최은보씨(40)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던 아이의 마음이 달리기 덕분에 조금씩 열리는 것 같다”면서 “말은 잘 못하지만 나름대로 어려움을 이겨냈다는 표정”이라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들을 지도하는 푸른마을 김민수 사회복지사(30)는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은 의외로 지구력과 인내심이 강한 경우가 많다”며 “오늘 완주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혼자 달리면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