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특징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떨어지면 종말이 온다’는 식의 극단적 선거운동.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아마겟돈 선거’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9·11테러는 이라크전쟁을 둘러싼 미국인의 의식을 크게 갈라놓았다.
미국인들의 갈등은 공화 민주 양당의 부정적(네거티브) TV 선거 광고가 더 부추기고 있다. 통상 네거티브 광고는 선거 막판에야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선거를 2개월 앞둔 9월부터 일찌감치 시작됐다. 공화당은 존 케리 후보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지조 없는 정치인으로 채색했고, 민주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이라크전쟁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리더로 묘사했다.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팔이 잘려 나간 미군의 모습을 담은 공포광고가 미국의 가정에 전파됐다. 소녀의 눈물을 다룬 신파조 광고도 등장했다.
이런 부정적 선거광고의 붐은 이른바 ‘527그룹’의 등장으로 가능했다. 이 그룹은 세법 527조의 “비정치적 기구가 정당과 협의하지 않으면 외부자금을 제한 없이 끌어다 쓸 수 있다”는 허점을 파고들어 조직된 단체.
금융가 조지 소로스가 사재 230억원을 털어 넣은 것처럼 이 단체는 공식 TV 광고와는 별도로 극단적인 TV 광고를 양산했다.
이들 527그룹은 자원봉사자 총동원령을 내려 접전 지역(swing state)에 투입했다. 미국인들은 지지후보의 당선을 위해 ‘1주일간 휴가’를 내면서 접전 주로 몰렸다. 이 때문에 휴가선거운동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