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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략없는 대형공연… 결국 ‘대형사고’

입력 | 2004-11-01 18:31:00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콘서트 ‘라이브 패스트 2004’가 돌연 취소된 것은 이를 주관한 공연기획사의 안이하고 부실한 운영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8000여명의 관객이 좌석이 배정되지 않은 데 대해 거세게 항의하면서 공연이 시작 직전 취소된 것이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일본과 중국 관객 500여명도 오랜 시간 기다려 한류(韓流)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 이런 일이=공연을 기획한 ‘에이븐기획’(대표 신현직)의 준비 부족 때문이다. 비, 보아, ‘JTL’, ‘신화’ 등 톱스타들이 참여하는데도 유료 관객은 5000여명에 불과했다. 올림픽주경기장의 수용 관객은 최대 5만여명. 그러나 이 공연의 유일한 티켓 예매처인 티켓파크는 3400장을 팔았다고 밝혔다. 공연을 후원한 한국관광공사도 여행사를 통해 1000장을 일본에서 팔려 했으나 현지에서 나간 것은 20여장에 불과했다.

에이븐기획은 대형 공연을 기획하면서도 가수들의 ‘이름값’에만 의존했을 뿐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없었던 것이다. 이 기획사는 대형 공연을 주최한 경험이 없다.

특히 매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무대 제작을 맡은 업체들도 기획사를 불신했고 계약금이 입금되지 않자 공연 전날 철수했다. 급기야 공연 당일 좌석을 구분하는 표를 붙이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연출을 담당한 더 콘서트의 이장언 대표는 “공연 전 완납키로 한 돈이 다 입금되지 않았으며 그라운드 좌석을 너무 많이 배치하는 등 진행에 허점이 보여 철수했다”고 말했다.

▽연예업계의 평가=연예업계에서는 대형 공연으로 한몫 잡겠다는 한탕주의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 공연은 무대, 마케팅, 홍보, 안전 등을 수개월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데도 에이븐기획은 이런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서 한 회 4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가수는 조용필과 마이클 잭슨뿐이다.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노하우 없이 무리한 기획을 추진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이븐기획 신 대표는 “더 콘서트측이 철수하는 바람에 진행이 어려워졌다”며 “새로 업체들을 모아 공연을 진행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에이븐기획은 예매 티켓을 모두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가수들도 책임을 느껴야=보아의 매니저는 “무대에 오르려고 했으나 팬들이 대기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차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그냥 되돌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수들은 자신이 설 무대가 제대로 추진되는지에 대해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