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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무대밖 연극쟁이들의 우울한 자화상 ‘카페 신파’

입력 | 2004-11-01 18:37:00

연극과 연극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카페 신파’. -사진제공 극단 산울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 중인 ‘카페 신파’는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70)가 오랜만에 선보인 창작극이다. 번역극을 주로 해 온 그가 3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자 ‘돐날’ 등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아 온 젊은 극작가 김명화씨(38)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카페 신파’는 연극의 제목이자 극의 배경이 되는 카페 이름. 이곳에서 하루 저녁 동안 벌어진 일을 그렸다.

공짜표로 난생 처음 연극을 본 부녀가 이 카페에 우연히 들어오게 되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한다. 대학로(로 추정되는 동네)의 어느 후미진 골목에 자리 잡은 이 카페는 한때 연극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였던 곳. 그러나 우중충한 분위기 탓에 세련된 다른 카페들에 밀려 조만간 문을 닫을 처지다. 하지만 이곳엔 가난한 연극쟁이를 위해 외상 소주에 두부김치를 곁들여 내는 여주인과 배우를 꿈꾸는 카페 종업원이 있다.

좌절하면서도 결코 연극을 버리지 못하는 ‘연극쟁이’들이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대사를 자꾸 ‘씹는’(말이 엉키는) 이류배우, 캐스팅이 잘 안 되는 여배우, 돈 안 되는 작품만 쓰는 희곡작가….

여기에 지원금 없인 연극을 만들지 않으려는 연극기획자와 해외유학파 연극평론가, 그리고 공연을 마친 유명 연출가가 들어오면서 연극에 관련된 12명의 인물들은 만나고 헤어지며 잡담을 나눈다. 특별한 줄거리도, 딱히 주인공도 없다. 체호프의 연극마냥 등장하는 이들에게는 모두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각자의 몫만 있을 뿐이다.

이 카페는 오늘날 연극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다. 화려한 것을 좇는 요즘 세대의 눈에는 우중충하게만 느껴지는…. 나아가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운명이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연출가와 배우, 기획자, 평론가간의 권력관계라든지, 이들의 잡담을 통해 연극동네의 일들을 엿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배우들의 고른 연기와 함께 흰 벽의 누렇게 변색된 손때까지 세심하게 꾸며진 무대가 돋보인다. 28일까지. 화목금 오후 7시. 수토 오후 4시 7시, 일 오후 3시. 3만원. 02-334-5915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