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열린우리당 염동연(廉東淵·사진) 의원이 방북 기간에 김일성(金日成) 주석을 “김일성, 그 양반”이라고 호칭했다가 북한측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다. 지난달 20일 북한 개성공단에서 열린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개소식 및 시범단지 입주공장 착공식 행사에서다.
2일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행사 후 오찬 자리에서 반주로 개성소주가 나왔는데 상표에 ‘주체 93’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염 의원이 ‘이게 무슨 뜻이냐’고 참석한 북한 고위 당국자에게 묻자, 그는 ‘위대하신 김일성 수령님께서 태어나신 지 93년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염 의원이 “김일성 그 양반, 살아있으면 100살이 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는 것. 북한 당국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김일성 수령님을 양반이라고 하다니, 당장 사과하시오”라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광복 후 특히 양반과 지주계급이 타도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북한 당국자가 민감한 반발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염 의원은 “아니, 양반이라고 하는 게 무슨 나쁜 말이냐. 남한에선 좋은 뜻으로 ‘양반’이라는 말을 쓴다. 심지어 우리는 대통령한테도 별다른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르곤 한다”며 큰소리로 반박했다는 후문이다.
북한측이 강경하게 염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서는 바람에 이날 실랑이는 10여분간 이어졌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오찬장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자 옆자리에 있던 같은 당 송영길(宋永吉) 의원과 한나라당 박창달(朴昌達) 송영선(宋永仙) 의원이 염 의원에게 귓속말로 “이러다가 염 의원 혼자 억류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염 의원은 오히려 큰소리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북한이 나를 잡아놓는다면 여기에 그냥 잡혀 있겠다”고 버텼다.
결국 염 의원은 북측에 별다른 사과나 유감 표시를 하지 않았고, 북측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아 이날 ‘양반’ 발언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