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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선택2004]이해득실 따지느라 분주한 세계

입력 | 2004-11-03 17:24:00


세계 각국은 유례없이 팽팽했던 미국 대통령 선거를 숨 죽인채 예의주시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각국은 자국에 미칠 이해득실과 향후 파장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부시 미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자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2일 비공식 만찬에서 미국 대선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며 결과를 함께 지켜봤다.

각국 정상들이 대선을 앞두고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을 극구 꺼려온 것과는 달리, 푸틴과 베를루스코니는 '부시 지지'에 주저하지 않았다.

유럽의 주요 신문들은 2일자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가 시작됐다'고 큰 관심을 보였다.

선거전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이었다.

상당수 유럽국가들은 공식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케리 후보가 당선되기를 은근히 바란게 사실. 선거 결과 케리가 당선되면 유럽에 환호의 물결이 일 기세였다.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정책 탓에 반(反)부시 정서가 확산된 유럽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교토 기후협약, 중동 및 이스라엘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의 마찰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도 유럽 못지 않게 미 대선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는 쪽으로 기울자 중동지역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예측하면서 미국의 동향을 주시했다.

레바논 유력 일간지 앗사피르는 "모든 아랍 지도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세계 초강대국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미 선거결과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중동 국가는 정부 차원의 논평은 극도로 삼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리 샴카니 이란 국방장관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부정을 통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비아냥을 담은 논평을 해 시선을 끌었다.

이란은 부시 행정부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됐지만 부시 대통령이나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다를 게 없다며 두 후보를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동 일각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4년간의 강경 정책에서 벗어나 이라크 사태 및 중동 분쟁과 관련해 온건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돌고 있다.

G7(선진 7개국 정상회담) 가입을 권유받을 만큼 힘을 키운 중국도 미 선거 결과가 '세계속의 중국'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 정부는 특히 미국의 무역 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워싱턴의 동향을 챙기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첸치천(錢其琛) 전 부총리의 '부시 독트린' 비난 발언에 대해 이를 보도한 해당 언론에 책임을 돌리며 진화에 나섰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