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관장 김삼웅)이 동해가 아닌 ‘Sea of Japan(일본해)’이라고 표기된 지도를 전시해 물의를 빚었다.
독립기념관은 지난달 15일 대한민국임시정부관에서 시작된 ‘해남도(海南島·하이난 섬)에서 일본은 무슨 일을 했나’ 특별전시회에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라고 표시된 지도 2점을 내걸었다. 하나는 1944년 제작된 ‘Imperial Japanese 1942’(출처불명)로 당시 일제의 동아시아 점령지역을 나타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제작된 동아시아 지도로 하이난 섬의 위치를 표시하는 데 사용됐다.
독립기념관측은 전시 첫날부터 두 지도의 ‘일본해’ 표기 부분이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수정용 스티커(시트지)를 덮어 보이지 않게 했다. 그러나 이 스티커가 떨어져 나가 ‘일본해’ 표기를 본 한 관람객이 1일 항의의 글을 독립기념관 홈페이지에 올렸다. 1일 정기 휴관했던 독립기념관은 2일 오전 다시 스티커로 ‘일본해’ 표기를 덮었지만 또 떨어져 나갔으며, 관람객과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이 지도를 철거했다.
독립기념관측은 “이번 특별기획전이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 시민단체 ‘지저우(紀州) 광산의 진실을 밝히는 모임’(지저우 광산 모임)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시 자료의 설치와 변경 책임은 민족문제연구소측에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지도를 바꿀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1942년 말 하이난 섬 지저우 광산에서 일어났던 한국 징용자 수천명의 학살사건을 추적해온 지저우 광산 모임은 학살된 한국인 사진 등을 수집해 7월 일본 오사카 인권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려다 극우단체의 방해로 좌절되자 한국에서 전시회를 연 것이다. 지난달 1∼10일 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1차 전시를 했다.
이때 민족문제연구소측은 ‘일본해’ 표기 부분을 가리지 않은 채 전시했다. 이에 대해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지도를 준비한 지저우 광산 모임의 원 자료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 학예실 관계자도 “(자료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일본해’가 쓰인 지도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글이라도 붙였으면…”이라고 안타까워해 안이한 태도를 드러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