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88년 이후 16년 만에 과반수 득표에 성공했다. 그가 받은 5897만여 표는 4년 전 자신이 득표한 5046만 표보다도 850여만 표나 늘었다. 역대 최다 기록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5445만여 표보다도 450여만 표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승리에는 '극단적인 편 가르기로 이룬 승리'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분열 치유가 최대 과제=오늘날 미국은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 아니라 '분단국(Divided States of America)'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분열돼 있다. 실제로 미국은 계층 지역 사회 문화 종교 가치관 등 모든 분야에서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다.
▶ 부시 재선, 한반도에 어떤 영향? (POLL)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 지지자들은 두 사람에 대한 평가와 가치관에서부터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전 등 주요한 국내외 이슈에 대한 입장이 거의 정반대였다.
물과 기름처럼 분열된 미국을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부시 대통령이 직면한 최대 과제라고 미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3일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를 묶어주는 하나의 나라, 하나의 헌법, 하나의 미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단합하고 함께 일한다면 미국의 위대함은 무한대로 커질 것"이라고 밝힌 것도 분열의 심각함을 인정해 나온 말이다.
▽분열의 원인=미국이 60년대 민권운동과 70년대 반전운동 시기 이후 최악의 상태로 분열된 데에는 부시 대통령 자신의 과오가 적지 않다.
케리 후보는 그를 단합시키는 사람(Uniter)이 아니라 분열시키는 사람(Divider)이라고 비판했고 투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그의 지지자들은 이에 동의했다. 케리 후보 지지자들의 상당 부분은 부시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증오 때문에 그를 지지했다.
80년대 이후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와 9.11테러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근본주의적 기독교인'으로서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배경으로 추진한 정책과 일방주의 외교정책이 미국은 물론 세계를 분열시켰다고 지적한다.
미국 대선에 이번처럼 전 세계가 관심을 쏟고 특정 후보에 대한 반대가 심했던 적이 없다는 사실도 부시 대통령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대테러전과 이라크전=9.11테러를 계기로 시작된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전도 미국인들을 분열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라크전의 명분과 전통적인 유럽의 다수 동맹국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진행되는 전쟁 수행 방식 등에 대해 미국인들은 크게 분열돼 있다.
케리 후보 지지자의 87%가 이라크전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반면에 부시 대통령 지지자의 84%가 동의한다는 반응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인들은 내년 1월 이라크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져야 하고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라크가 테러범들의 온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중동 민주화나 대테러전의 범위는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문제도 시급한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당면 과제에 속한다.
▽전망=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 승리를 자신의 군사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적 승인으로 받아들여 기존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대테러전의 범위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범위로 조정하고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의견을 존중해 협조를 최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그의 외교정책에 반대해온 유럽 국가 지도자들을 더욱 결속시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해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외교 안보 라인을 전면 재편해 새로운 외교 안보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이라크전을 계기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고 동맹들의 지원도 필요한 만큼 부시 대통령이 일방주의적인 외교정책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공화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분열을 가속화할 정책들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초당파적인 의회 운영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