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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체험여행]남이섬

입력 | 2004-11-04 16:42:00

가을이 곱게 물든 반달섬. 추억이 쌓여 그리움 밀려오면 노을 머금은 강물위에 時를 띄운다.


가을바람이 소매 끝을 잡아끌며 어디론가 떠나자고 재촉하는 것 같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붉게 물든 나뭇잎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 같다. 어느새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는 늦가을, 바삭거리는 나뭇잎이 차곡차곡 쌓인 길을 걸으며 가을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문화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남이섬을 찾아보면 어떨까.

○ 다시 살아나는 남이섬

섬 전체가 잔잔한 호반 위에 떠 있는 유원지, 남이섬. 청평댐이 건설되면서 섬(둘레 6km, 넓이 14만평)으로 변신한 이곳은 오래전부터 대학생들의 MT 장소 0순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3년 전까지만 해도 남이섬은 그저 먹고 노는 공간으로 방치돼 왔을 뿐, 딱히 즐길 만한 것이 없는 썰렁한 섬이었다.

하지만 요즘 남이섬이 확 달라졌다. 남이섬 지킴이 강우현 사장이 이곳을 동화의 나라, 환상의 섬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것.

섬 곳곳에서 굴러다니던 나무토막들은 다양한 얼굴의 장승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 섬의 경관을 해치던 전봇대도 없애고 전깃줄은 모두 땅속에 묻었다.

반면 자연의 섬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잔디밭에 풀어놓은 것. 아닌 게 아니라 남이섬을 돌다 보면 토끼, 사슴, 오리, 타조 등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태계의 말썽꾸러기’ 청서도 남이섬에서는 귀염둥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은 떨어진 낙엽, 꽃잎 하나라도 쓸어버리는 법이 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즈음 남이섬에 가면 고운 가을빛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 가을 정취 가득한 숲길들

남이섬 안의 길들은 어디든 나름대로 운치를 지니고 있다. 남이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이 바로 전나무 숲길. 400m가량 이어지며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어 오른 모습이 언제 봐도 당당하다. 전나무숲길 오른쪽으로 펼쳐진 단풍나무들은 수줍은 듯 발그스름한 얼굴로 맞이한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길은 전나무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100m가량 곧게 이어진다. 은행나무길 오른쪽으로는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해진 메타세쿼이아 숲길. 웅장하게 치솟은 나무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로 다가온다.

1950년대부터 80년대 당시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그때 그 시절 전시관’도 있다. 아이들에겐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어른들에겐 추억이 깃든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주기에 충분한 곳이다.

낡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풍금 소리에 맞춰 노래를 하는 교실 풍경. 칠판엔 여지없이 떠든 아이와 변소청소 당번 이름이 적혀 있고 큼지막한 조개탄 난로 위에는 양철 도시락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도 보인다. 그 옛날 이발소 풍경도 재미있다. 팔걸이 빨래판 위에 앉아 머리를 깎는 어린아이 모습에선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 젊은 예술가들의 체험공방

강을 끼고 늘어선 방갈로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아기자기한 체험공방이 많다. 도자기 염색 한지공예 등 체험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 시간 정도면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데 체험료는 3000∼5000원. 체험공방(031-581-2020)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전통한지 만들기 체험장(031-582-5949)에서는 한지공예뿐 아니라 매일 오후 2∼3시 가야금을 연주하고 무료로 지도해 준다. 민속엿치기 내기도 하고 한지에 가훈을 써서 액자에 담아주기도 한다(5000∼7000원).

또 이곳에 적혀 있는 기발한 문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배꼽을 잡게 한다. 손바닥만 한 연못에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이나 담겨 있을까. 그곳에 보일 듯 말 듯 ‘낚시금지’, ‘수영금지’ 문구가 버티고 있다. 작은 화분 위에 심어진 조막만 한 나무엔 ‘나무 위에 올라가지 마세요’, 작은 고추밭에는 ‘아가씨는 고추를 따먹지 마세요. 아주머니는 남의 고추를 따먹지 마세요. 할머니는 아무 고추나 따가세요’라는 식이다.

남이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자전거 타기. 연인이라면 2인용 자전거를 타고 함께 페달을 밟으며 강변을 돌아보자. 젊은날의 소중한 추억을 또 하나 만들 수 있다. 또 섬 안의 낡은 철로 위로는 낭만열차가 덜컹거리며 승객을 동심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 문의 031-582-5118

▼오늘 하루 떠나볼까▼

1. 이른 아침 남이섬 도착(입장료 배삯 포함 어른 5000원, 어린이 2500원. 첫 배 오전 7시30분 출발)→숲길 산책→그때 그 시절 전시관 관람(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2. 체험공방에서 작품 만들기(1시간∼1시간 30분 소요, 체험비 3000∼5000원)

3. 안데르센홀에서 전시회 감상(11일까지 ‘20만분의 1전’ 전시, 입장료 1000원)

4. 자전거 타고 남이섬 돌기(1시간에 1인용 5000원, 2인용 1만원)→귀가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