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의 폭행과 협박이 객관적으로 심하지 않지만 피해 여성이 폭행의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저항을 포기했을 경우도 강간죄로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철·朴徹)는 4일 피해여성에게 수차례에 걸쳐 때릴 듯한 태도로 겁을 준 뒤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모씨(29)에 대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씨의 폭행, 협박 정도가 비교적 가볍더라도 당시의 정황과 완력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게 강한 심리적 영향을 미쳐 항거가 불가능하게 된 사정이 참작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간죄를 구성하는 '항거 불능한 폭행'을 판단할 때는 현실적으로 나타난 폭행과 협박만을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 더 강한 폭행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하고 피해자가 저항을 포기한데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지난해 8월 처남과 동거 중이던 김모씨(22·여)를 서울 상계동 한 여관 등으로 불러내 김씨의 입을 틀어막고 주먹으로 폭행할 듯 겁을 줘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