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콜금리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11일)를 앞두고 통화당국과 시장의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경기가 더 나빠진 가운데 물가 상승세도 만만치 않아 금리 수준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을 돌며 경제 현황을 점검했던 한 금통위원은 “어느 지방을 가도 서울보다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는데 성장률 등 경제지표는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며 “지표와 실물경기간 괴리가 더 깊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냐, 물가냐=소비와 투자부진을 반영하는 암울한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경기 측면에서만 보면 시장의 콜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커졌다.
대표적인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는 7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9월 설비투자도 작년 동기 대비 0.7% 줄어 4월 이후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세 둔화가 뚜렷해진 가운데 최근 중국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도 수출에는 악재다.
한국은행이 금리정책의 지표로 삼는 근원물가(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 및 유류 가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10월 3.4%에 이르러 물가 억제 목표선(3.5%)에 바짝 다가섰다. 생산자물가도 4개월째 7%대의 상승률을 보여 연말 소비자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경기만 보면 금리인하 압력이 더 커졌지만 한은은 물가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다.
▽한은, ‘시장이 서두른다’=최근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떨어지면서(원화가치 상승)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 높아진 상태다.
환율 하락은 수출에는 악재지만 수입 물가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물가안정에는 적잖은 호재다.
JP모건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최근 원화의 급격한 절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여 한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연구원도 “경기침체가 더 이어지면 내년 1·4분기 이전에 콜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은은 “시장이 너무 서두른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연일 시장에 경고성 ‘구두 개입’을 하고 있다.
동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이번 달에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베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