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접어들면서 소비심리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이 적은 소비자들부터 고소득층까지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지갑을 닫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소비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품목 안 가리고 씀씀이 줄인다=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사거리 식당골목의 일식 H식당. 오후 7시가 가까워져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오지만 한산하기만 했다.
허모 사장(45)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예약 손님이 많아 오후 5시부터 요리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지만 요즘에는 한가한 실정”이라며 “7명이었던 종업원을 4명으로 줄였다”고 푸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엄홍석 골프용품 바이어는 올가을 정기세일에서 골프 의류 등 골프용품 판매가 지난해 가을 세일에 비해 10% 이상 줄어드는 것을 보고 내수 침체를 실감했다.
▽고소득층도 소비심리 위축=6개월 뒤의 경기, 생활형편, 소비지출 등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10월 88.0으로 전달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지수가 100을 웃돌면 경기나 생활형편 등이 좋다고 보는 가구가 나쁘다고 보는 가구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반대를 가리킨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올해 1월만 해도 98.0으로 100에 육박했으나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3월 94.4, 6월 92.2, 8월 87.0 등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소득계층별 소비자기대지수를 보면 월평균 400만원 이상이 91.4로 전달보다 3.4포인트 떨어지는 등 월평균소득 100만원 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계층이 하락했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을 나타내는 소비자평가지수는 65.1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1월(65.9)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나증권 곽영훈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 등 소비심리 회복을 가로막는 악재들이 거의 다 노출된 상태”라며 “소비심리를 되살릴 만한 요인을 찾기 어려워 단기간 내에 소비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