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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정몽준회장-본프레레감독 ‘북한산 다짐’

입력 | 2004-11-04 18:19:00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4일 북한산을 함께 오르며 2006 독일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왼쪽부터 정 회장, 허정무 수석코치, 이회택 기술위원장, 본프레레 감독. 박주일기자


“산이 좋죠.”

“예. 아주 아름답습니다.”

“한국 축구도 가을 단풍처럼 예쁘게 물들여 봅시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I will do my best).”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4일 북한산을 오르며 서로 가슴을 열었다. 최근 흔들리고 있는 대표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의 재현을 다짐하기 위한 것.

두 사람은 서울 종로구 구기동을 출발해 단풍 터널과 북한산 대남문을 거쳐 평창동으로 내려오는 2시간30분 코스를 함께 걸으며 허심탄회하게 한국 축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허정무 수석코치, 이춘석 코치, 정기동 골키퍼 코치, 조중연 협회 부회장, 이회택 기술위원장, 노흥섭 전무 등 협회 임원과 취재진 등 60여명이 함께 산에 올랐다.

“우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산을 찾아 마음가짐을 새롭게 합니다.”(정 회장)

“이렇게 산을 오르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본프레레 감독)

“요즘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정 회장)

“2002 월드컵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다소 자만에 빠진 것 같아요. 처음이라는 자세로 다시 시작하면 조만간 좋아질 겁니다.”(본프레레 감독)

본프레레 감독은 “걸어서 산에 오르는 건 난생 처음이다. 이렇게 높은 줄 몰랐는데 실제로 올라보니 꽤 힘들다”며 “알프스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고 말했다. 북한산을 멀리서 봤을 때는 큰 바위 한 덩어리로 이뤄져 있는 줄로 알았는데 막상 와 보니 오밀조밀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신기하다는 것. 본프레레 감독은 마주치는 등산객들이 “한국 축구 파이팅”이라고 외치자 일일이 그들과 악수를 하며 선전을 다짐했다.

정 회장은 2002년 1월에도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당시 히딩크 감독의 ‘한 달간 장기 휴가’를 놓고 여론이 들끓자 협회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산행을 주선했던 것. 한국은 그해 6월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다.

17일 몰디브와 2006 독일 월드컵 2차 예선 최종전을 남겨 두고 있는 한국. 이번 산행도 최근 아시안컵에서 이란에 패하고 월드컵 예선에서 레바논과 비기는 등 강호다운 면모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꿔 보기 위해 기획됐다.

정 회장과 본프레레 감독의 ‘북한산 다짐’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