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보수파 개신교인들의 지지가 결정적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 부부(가운데)가 최근 워싱턴의 한 교회에서 열린 기도회에 참석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보수파 개신교인들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옴에 따라 미국의 보수파 개신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4일자에서 2000년 대통령선거 때 투표를 하지 않은 400만 명의 개신교인들을 이번에 투표장으로 끌어낸 공화당의 전략이 효력을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승부처가 됐던 오하이오 주에서 부시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보수파 개신교인들의 지지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하이오 주 출구조사에서 전체 투표자의 24%가 자신을 ‘백인 복음주의자’라고 밝혔고 이들 중 73%가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응답했다.
▽보수파 개신교인들은 어떤 사람들?=
이들은 신앙생활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교회 예배에 열심히 참석하며 성서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고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 보수파 개신교인들은 인종적으로 백인, 지역적으로는 중부와 남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이들은 특히 동성애, 낙태 등을 옹호하는 진보주의를 싫어한다. 이번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이 동성끼리의 결혼, 낙태, 줄기세포 연구 등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도 이들을 의식한 것이다.
▽기독교근본주의는?〓
특히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와 ‘기독교인 연합(Christian Coalition)’이라는 두 개의 조직이 양대 산맥을 이루는 기독교 근본주의자 그룹은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같은 뿌리의 가톨릭이나 신흥 개신교 종파에 대해서도 적대적 성향을 보일 정도로 배타적이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성경의 무오류, 예수의 신성(神性), 예수의 육체적 부활과 재림 등을 핵심교리로 믿는다. 미국의 개신교 신자 중 약 25%가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독실한 감리교 신자인 부시 대통령도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 한때 알코올 중독증에 빠졌던 부시가 성경을 통해 술을 끊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부시를 적극 지지하는 데는 이런 종교적 일체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본거지인 텍사스 주의 댈러스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최명덕 건국대 교수(신학)는 “미국 남부지역의 주민들 중 상당수는 진보주의자들에 의해 기독교가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이 이번에 부시를 적극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보수파 개신교인들의 파워〓
최 교수는 또 “‘강한 미국 건설’을 주장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지키려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번 대선에서 공조체제를 유지했다”면서 “이론은 네오콘들이 제시하고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행동에 나서는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보수파 개신교인들의 지원에 힘입어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결국 이들의 가치관과 윤리가 미국의 대외정책, 톡히 한반도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수 성향의 개신교단 모임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총무인 박천일(朴天一) 목사는 “미국의 보수파 개신교인들이 신앙을 돈독히 지키기 위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등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개신교인들이 아직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단결된 갖추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그런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