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투자증권 영업사원들이 4일 본사에서 사내 교육을 받고 있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은 원칙과 사내 교육을 중시하는 등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제공 푸르덴셜투자증권
“결혼자금이면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겠네요. 한 펀드에 다 넣기보다 400만원은 안정적인 국공채에, 나머지 600만원만 펀드에 가입하는 게 좋겠어요.”
“예상수익률을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 모의투자 결과 얻은 가상수익률은 ―6∼+20%입니다.”
3일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서울 푸르덴셜투자증권 개포지점을 찾은 회사원 서모씨(32·여)는 상담 내용에 귀를 기울였다. 창구 직원이 표시해 준 곳에 서명만 하면 끝날 줄 알았던 서씨는 상담 때문에 점심을 건너뛰어야 했다.
서씨는 “펀드에 가입하러 갔다가 자산설계까지 받았다”면서 “그만큼 고객의 돈을 소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인수합병(M&A)으로 새출발한 푸르덴셜투자증권(이하 푸르덴셜·옛 현대투자증권)에 조용하지만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변화의 키워드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것. 목표를 정하면 일사천리로 밀어붙이던 기존 업무 관행에서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180도 변했다.
푸르덴셜은 지난달 12일 인수합병(M&A) 이후 첫 상품으로 ‘푸르덴셜 포뮬러 펀드’를 내놓았다. 미국 푸르덴셜 본사와 공동으로 4개월에 걸쳐 만든 기획상품이어서 대대적으로 광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광고는커녕 할당량을 준 뒤 직원의 판매량을 체크하는 속칭 ‘밀어내기’도 하지 않았다.
푸르덴셜이 직원에게 요구한 것은 ‘고객에게 상품의 장점과 함께 위험도 알리면서 원칙과 절차를 지키라’는 단 한 가지.
푸르덴셜은 고객을 설득하려면 상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모든 영업사원에게 강도 높은 교육을 했다. 영업사원들은 본사 상품개발팀에서 파견된 ‘교관’에게서 10시간 동안 집합교육을 받고 인터넷이나 비디오 등 시청각 자료를 통해 복습했다. 상품을 이해한 뒤에는 효과적인 프리젠테이션과 상담 테크닉 교육이 각각 10시간씩 이어졌다.
본사는 신상품 개발에 4개월을 쏟아부었고 직원들은 상품을 팔기 위해 40시간에 걸쳐 지옥훈련을 받은 셈이다.
교육의 성과는 금방 드러났다. 판매 개시 7일 만에 펀드 가입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고 영업 20일 만에 3000억원까지 불어난 것. 비슷한 상품을 최근 내놓은 모 증권사의 판매실적이 10억원에 그쳐 중도 하차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푸르덴셜 크리스토퍼 쿠퍼 사장은 “원칙과 절차를 지키면서 판매실적을 높이는 방법은 영업사원이 상품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면서 “고객은 정확한 정보를 주는 자산 컨설턴트를 가장 신뢰한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