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민주당 후보 진영이 패배를 받아들인 것은 ‘정치’와 ‘수학’을 고려한 결과였다.
케리 후보는 3일 오전 2시(이하 현지시간)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었다. 폭스 뉴스와 NBC 등이 오하이오주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보도한 직후였다.
민주당 진영은 즉각 불복 성명을 냈지만 케리 후보 본인은 오하이오주는 물론 전체의 승패를 분명히 알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오전 7시 잠에서 깬 케리 후보의 대응은 뜻밖이었다. 오하이오에서 14만표가량 뒤진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미국을 소송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싶지 않다”면서 승패가 분명해질 때까지 불복하자는 당 지도부의 건의를 일축했다.
참모들이 설득하면서 5시간여가 흘렀다. 마침내 케리 후보는 낮 12시반 부시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이어 승복연설을 통해 “미국은 단결이 필요하고 더 큰 열정을 갈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론 분열상을 하루빨리 치유하자는 것이다.
케리 후보의 이런 결정은 자신의 불복이 분열과 혼란을 심화시키고 이에 대한 책임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결과였다.
2000년 대선 투표 후 36일간 승자를 가리지 못한 플로리다와 달리 표차가 비교적 많이 난 것도 케리 후보가 오하이오에서의 패배를 조기에 인정하게 했다.
오하이오주의 일반투표 개표 결과 부시 대통령은 279만6147표(51.0%), 케리 후보는 265만9664표(48.5%)를 얻었다. 표차는 13만6483표.
오하이오주의 잠정 투표수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케리 후보 진영에선 한때 25만표라고 주장했으나 현지에선 15만∼17만5000표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유효표를 90%로 본다면 약 14만표가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에 부재자투표가 1만표 정도 있다.
잠정투표 및 부재자투표는 케리 후보 지지성향이 높기 때문에 케리 후보가 60% 정도를 득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승부를 뒤집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지 정치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콜럼버스=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