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4대 개혁법안의 하나인 사립학교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사학 관련단체들이 학교 폐쇄를 의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학단체들은 7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사학법 개악 저지대회를 열 예정이고 기독교 가톨릭 불교 등 종교단체들도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없다며 ‘종교 탄압’이라고까지 규정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태세다.
여당은 사학 비리를 근절하고 투명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학들은 일부 비리 사학을 빌미로 다수의 건전한 사학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법 과정=열린우리당은 정부와 공동으로 사학 관련법을 개정할 움직임이었지만 교육인적자원부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의원 입법 형식으로 지난달 20일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당초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주자는 내용이 사학의 인사권을 좌우하겠다는 의도라며 사학이 반발하자 개정안에서는 이를 철회하는 대신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포함시켰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개정안은 법인 이사회의 3분의 1과 내부 감사 1명을 초중고교는 학교운영위원회, 대학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사학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을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학단체는 법인과 고용관계에 있는 피고용인이 사실상 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원 선임권은 법인의 고유권한인 기본권인데 이를 훼손하는 것은 위헌이란 주장이다.
법인은 사학의 권리 의무의 주체로서 법적, 재정적 책임을 지는 기구이다. 이사회는 예산 결산이나 학교장 교원 임면뿐 아니라 차입금, 재산 취득과 처분, 수익사업 등 학교경영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 의결한다.
이런 자리를 교원 등이 추천할 경우 추천된 인사는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학교예산이 5억원 모자랄 경우 개방형 이사가 이를 내놓겠느냐는 설명이다.
▽학운위 심의기구화=현재 국공립학교는 학운위가 심의기구이지만 사립학교는 자문기구다. 자문기구를 심의기구화해 재단이 독점하던 학교경영권과 예산 결산권 등을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 직원회 등이 구성한 학운위에 이양한다는 게 개정안의 내용이다.
그러나 학교장이 편성해 온 예산을 학운위가 심의하고, 최종 의결은 이사회가 하기 때문에 학운위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분란만 만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교사회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장악하게 되면 학운위도 이들이 좌지우지하게 돼 학교경영을 놓고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되면 설립자의 재산 출연으로 만들어진 학교법인의 경영권과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해 위헌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교사회·교수회·학부모회·학생회·직원회 법제화=개정안은 모든 학교에 이런 모임을 만들어 이들의 의사를 학교경영 등에 반영한다는 취지다.
사학들은 임의조직인 이런 모임을 법정기구화하면 사립학교 법제에 위배되고 기존 조직인 학운위, 대학평의원회, 노조, 법인이사회의 기능과 중복되면서 갈등을 유발해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교육을 잘하려는 노력보다 교원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갈등이 심화되고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인사권 침해 우려=사립학교 교장의 임기를 4년에 중임만 허용하는 것도 교장의 교무 장악력을 떨어뜨리고 학교법인의 정당한 인사권을 제약한다는 지적이다.
교원인사위나 교원징계위에 교사회(교수회) 추천 인사를 3분의 1 이상 참여시키는 것도 공정성 시비나 보안 유지의 어려움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는 우려다. 또 비리로 해임된 재단 임원의 재취임 금지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강화하는 것도 공무원 수준보다 높아 자율권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향후 전망=사학 관련단체들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헌법소원을 내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진 폐교하겠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중고교는 교육감, 전문대 이상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폐교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송영식(宋永植) 사무총장은 “폐교 인가를 안 해주면 위헌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19명 중 열린우리당은 9명, 한나라당은 8명(위원장 포함), 민주노동당과 무소속이 각각 1명이다. 위원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관례와 민노당이 개정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커 상임위는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도 온건파가 반대표를 던질 수 있어 본회의 통과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학 관련법 개정안 주요 내용과 쟁점 비교열린우리당쟁점 사항사학단체 입장이사회의 3분의 1과 감사 1인을 초중고교는 학교운영위,대학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개방형 이사제 도입법인과 고용관계에 있는 피고용인이 이사 선임하는 것 용납 못해.임원간 갈등으로 이사회 운영 곤란예산안 등 학교정책 결정에 교사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참여학교운영위, 대학평의원회 심의기구화법적 책임 없는 자에게 권한만 부여해법인 기능 무력화. 현행대로 자문기구로 둬야학교 구성원의 참여와 자치 통해 학교 운영의 자율성 강화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직원회 법제화학교구성원 조직의 법적 강제는 사학 자주성 훼손.학운위, 노조, 법인이사회 기능과 중복비리로 해임된 임원 재선임 경과기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임원취임 승인취소요건 완화 비리관련자 복귀제한을 공무원보다 강화하는 것은 사법안 자치권 축소교장 임기는 4년으로 하고 중임 허용해 최장 8년교장 임기 제한학교장 교무 장악력 약화, 학교법인 인사권 제약하는 등 법인 기본권 침해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