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당초 예정대로 내년 중에 부과되면 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이에 따라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비싼 집을 새로 구입할 때 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울 강남의 일부 고가 주택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경기침체를 감안해 종부세의 시행을 미루고 대상을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내년 중에 시행하자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부는 대신 과세 기준을 국세청 기준시가 기준 6억∼8억원(주택)으로 하고 대상을 10만명 수준으로 하자는 당초 방침에서 다소 물러나 기준시가 9억원, 대상 6만명 안팎으로 열린우리당과의 합의점을 찾았다.
▽보유세, 매년 50%씩 오를 수 있어=당정은 보유세제 개편으로 집부자와 땅부자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5년의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부담액이 올해보다 50% 이상 늘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어 올해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합쳐 100만원을 낸 서울 강남의 시가 16억원짜리 A아파트(국세청 기준시가 13억원)는 내년에 최고 150만원으로 오른다.
세율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이 아파트가 내년에 100만원의 재산세를 내야 하고 종부세 세율이 1%로 정해지면 200만원(종부세 기준금액 9억원을 초과하는 4억원의 50%인 2억원의 1%)을 부과 받는다.
A아파트는 1단계로 강남구청에 100만원의 재산세를 내고 2단계로 국세청에 종부세 200만원에서 재산세 100만원을 공제한 100만원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50% 상한선을 적용받아 종합부동산세는 50만원만 낸다.
다만 매년 보유세 증가율이 50%씩 오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세 부담이 4년 뒤에는 최고 5배까지 오르는 주택도 나올 수 있다.
▽부부 공동명의 주택 늘어날 듯=주택은 개인별로 소유하고 있는 집값을 합쳤을 때 국세청 기준시가(시가의 70∼90% 수준)를 기준으로 9억원을 넘으면 종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개인별 명의 주택을 합산하기로 했기 때문에 부부 공동명의로 된 주택의 기준시가는 남편과 부인에게 각각 절반씩만 적용된다. 따라서 부부 공동명의인 주택은 18억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비싼 집을 새로 사는 부부들은 공동명의로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종부세 대상인 집을 남편 단독명의에서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는 것은 거액의 증여세를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익이 적다는 분석이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10∼50%. 과세표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면 최고 1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고 자녀에게 증여하면 더 많은 세금이 나온다. 임대주택 사업자는 주택 수, 보유 기간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한 뒤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5억원짜리 신규분양 아파트 취득·등록세 600만원 줄어들어=정부는 올해 안에 지방세법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부동산 등록세율을 3%에서 2%로 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취득세(농특세 포함)와 등록세(교육세 포함)는 현행 5.8%에서 4.6%로 내려간다. 내년부터 분양받는 5억원짜리 아파트에 붙는 취득·등록세는 29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와 함께 행정자치부는 시도별 실정에 맞게 취득세와 등록세를 추가 인하할 수 있도록 했다. 취득·등록세 부담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에 따른 거래세 증가분에 대해서도 내년 상반기 중에 지방세법이나 조례를 개정해 감면 혜택을 줄 방침이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현재 부동산시장 침체의 큰 원인은 투기과열지구, 주택거래신고지역 등 부동산 규제와 전반적인 경기침체 때문”이라며 “거래세 1%포인트 인하로 당장 거래가 활성화되고 집값 내림세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전문가들은 또 1가구 3주택에 대한 실거래가 양도세 부과 유예기간이 연말에 끝나는 데다 보유세 부담마저 올라가 서울 강남의 고가 주택이 급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으로 다(多)주택 보유에 대한 수요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과세대상 누가 될까▼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대상자가 대부분 서울 강남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강남지역 주민들의 조세저항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규모는 6만명 안팎. 이 중 법인을 제외한 개인은 4만8000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재정경제부의 추산이다.
문제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인 기준시가 9억원(시가는 약 10억원)이 넘는 주택의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 기준시가가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3만4000가구 안팎이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시가 10억원(기준시가로는 9억원 정도)이 넘는 아파트는 서울에 3만546가구, 경기도에 1345가구가 있다.
이 둘을 합치면 3만1891가구이므로 결국은 서울과 경기 지역 사람들이 전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의 대부분을 납부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해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도 수도권 거주자여서 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수도권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가 10억원 이상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1만7253가구 △서울 서초구 4761가구 △서울 송파구 3693가구로 이들 3개구가 서울시 전체 10억원 이상 아파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1%이다.
이 때문에 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유세’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투기 목적이 아니더라도 실수요자가 좋은 주택에 산다는 이유로 고율의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일부 부유층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다른 재산은 없고 강남권에 중대형 아파트 한 채만 소유한 채 생활하고 있는 은퇴자들의 경우 “집을 팔고 다른 동네로 떠나라는 말이냐”며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특정 지역에 고가 주택이 밀집돼 있기 때문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특정 지역에 편중될 수는 있지만 이는 비싼 주택 소유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조세원칙상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