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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재집권]‘슈럼의 저주’는 계속된다

입력 | 2004-11-04 18:50:00


조지 맥거번, 테드 케네디, 리처드 게파트, 마이클 듀카키스, 앨 고어, 존 케리….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 대통령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패배하거나, 경선 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두 ‘당대 최고의 정치연설문 작성가’ 밥 슈럼(61·사진)이 쓴 연설문을 읽었다.

미 대선이 막을 내린 뒤 워싱턴 정가에선 “슈럼의 저주는 계속된다”는 말이 돌고 있다. 케리 후보의 고향인 보스턴의 야구팀 레드삭스가 올 월드시리즈에서 86년 만에 우승하면서 ‘밤비노의 저주’를 깬 신화가 정치판에선 재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슈럼씨는 현직 민주당 상원의원의 3분의 1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은 선거전략의 귀재.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연방 대배심 앞에서 ‘비공개 증언’을 할 때도 원고 작성은 그의 몫이었다. 이런 화려한 경력 때문에 대선 7연속 패배의 기록에도 불구하고 케리 후보는 그를 끌어들였다.

올 7월 말 보스턴 전당대회를 앞두고 케리 후보의 참모들은 선거운동본부의 티셔츠에 새길 구호를 ‘저주는 사라졌다(Reverse the curse)’로 정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슈럼씨에게 30년 저주의 고리를 끊을 기회는 있었다. 그는 1976년 지미 카터 후보 팀에 합류했지만, 10일 만에 “카터, 당신은 자신밖에 모르오”라는 편지를 남기고 캠프를 등졌다.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뒤 뉴욕시장 공보비서를 지낸 그는 공개석상에서 씹던 껌을 꺼내 장난을 치는 괴벽과, 경쟁자를 소리 없이 밀어내고 후보의 복심(腹心)으로 파고드는 재주로 주목을 받았다. 이런 인사에게 정적이 없을 리 없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너무 진보적이어서 표를 깎아 먹는다” “정치기술자일 뿐 후보를 신앙으로 여기지 않으니 선거에서 번번이 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2008년에도 민주당은 슈럼씨를 불러들일까.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