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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남승희]입시협의체 학부모 대표성 지녀야

입력 | 2004-11-04 18:55:00

남승희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대학과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연계 강화와 상호신뢰 회복을 위해 대학과 고교 관계자, 그리고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대학입시제도 등의 문제를 논의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문성과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 참여해야 한다. 대학의 경우 대학교육협의회가 있고 고등학교도 대표를 선정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면 학부모 대표는 누구여야 하는가.

아마도 정부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온 것처럼 몇몇 학부모 관련단체 인사들을 학부모 대표로 참여시킬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학부모 입장을 대변할 충분한 자격과 권리가 있는가. 특정 학부모단체 인사들이 자기주장만 하면서 1500만 학부모의 정당한 권리를 묵살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학부모단체는 대개 시민단체의 성격을 갖고 활동한다. 하지만 시민단체적인 학부모단체는 일반 학부모의 대표성과는 거리가 멀다.

평범한 학부모들의 의견과 권리는 학교 단위에서부터 보장돼야 한다. 많은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미국은 교장에 대한 학부모의 ‘고객만족도’를 조사해 실적이 나쁘면 교장을 언제든지 퇴출시킨다. 영국이나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는 학교의 학업성취도 교육수준 교육과정 재정상태 등에 대한 교육평가원의 평가보고서가 학부모에게 제공된다.

학부모 대표의 법적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학급별 학년별 학교별 학부모회를 법제화하는 게 중요하다. 개별 학교가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립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 운영하고 학급별 학년별 학교별로 구성된 학부모회가 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을 조사하도록 제도화한 독일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구색 맞추기식 학부모 참여, 특정단체만의 참여는 곤란하다. 정부는 학부모 참여 협의체가 ‘상생의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더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사회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