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킬리만자로(5963m·탄자니아)에 오를 때 오리털 방한복을 껴입었는데도 몹시 춥더라고요. 문득 올겨울 추위에 고생할 고국의 노숙자들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위성전화로 한국에 연락해 매트리스를 주문했어요.”
인기 만화가 허영만씨(57·사진)가 남모르게 노숙자들에게 방한용 매트리스를 선사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허씨는 4일 ‘전국 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 협의회’에 매트리스 1000장을 기부했다. 지난달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에서 작품 ‘식객’으로 받은 대상상금 300만원에 주머닛돈을 보태 마련한 것.
“예전부터 생각했던 일이에요. 지하도를 오갈 때마다 노숙자들이 한겨울에도 신문지나 종이 상자를 깔고 누워있는 게 안쓰러웠습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를 막을 매트리스가 겨울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을 넘은 소문난 등산가인 허씨는 지난달 28일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정상에 선 뒤 1일 귀국했다.
세계 7대륙 최고봉 중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츠(4884m·인도네시아), 유럽의 엘부르즈(5633m·러시아)에 이어 3번째 정상 등극. 그는 5일 뉴질랜드의 남알프스산맥으로 다시 원정길에 오른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