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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데이트]시청률1위 돌풍 ‘두번째 프러포즈’의 오연수

입력 | 2004-11-05 18:20:00

사진제공 팬엔터테인먼트


그야말로 아줌마의 힘이다.

‘예쁘지도 젊지도 않고, 돈도 없는’ 아줌마가 주연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화려한 선남선녀의 연애극을 제치고 TV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KBS2 TV 수목드라마 ‘두 번째 프러포즈’(밤 9시 55분)의 주인공 오연수(33·장미영 역). 3일 서울 마포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김치감자탕을 뒤적이며 촬영에 열중하던 그녀는 “예쁜 척 잘난 척했으면 사람들이 좋아했겠느냐”며 웃었다.

1990년 MBC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로 데뷔한 그녀는 반듯한 외모로 98년 결혼 후에도 ‘거침없는 사랑’(KBS2) ‘눈사람’(MBC) 등에서 단정한 배역을 주로 맡아 왔다. 이번엔 동네 아줌마 같은 털털한 배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도전해 변함없는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시청률이 40% 가까이 나오는데요.

“아줌마들이 공감하는 드라마를 만들자고 했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어요. 제가 밉게 나와 좋아하시나 봐요.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나 보여야 좋아하잖아요.”

―화장도 거의 안하셨네요.

“여배우가 분장 안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선다는 건 뻔뻔한 일이죠. 하지만 배역이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잖아요. 저도 아침에 일어나 아들 유치원 보내고 15개월 된 둘째(아들) 찡찡대는 것 상대하려면 세수도 못할 때가 많아요.”

극중에서 오연수는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위자료도 사기당하고, 남매 빼앗기고, 온갖 허드렛일을 전전하다가 ‘아줌마네 김치감자탕’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한때 측은하게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그녀가 이제 누구로부터 두 번째 프러포즈를 받느냐를 놓고 갑론을박한다.

누리꾼(네티즌)들은 “전 남편과 재결합해야 한다” “따라다니는 총각 오지호(남경수)와 맺어져야 한다” “아니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 김유석(석태우)이 낫다”는 등 여러 의견을 올리고 있다.

“글쎄요. 아이들은 데리고 와서 살아야겠지만 굳이 재혼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도 누군가와 꼭 맺어져야 한다면 아무래도 애들과 가장 친한 경수가 낫겠죠.”

―재혼한 전 남편 부부는 실패한다면서요.

“조강지처를 버린 남편이니 쫄딱 망해야 시청자들 속이 후련할 거예요. 하지만 결국 성공한 장미영이 전 남편의 재기를 돕습니다. 이혼당한 여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죠.”

오연수는 초등학교 1년 선배인 연예인 손지창과 6년간 열애 끝에 결혼했다. 두 번째 프러포즈는커녕 다른 사람을 생각해본 적조차 없다.

“그게 늘 아쉬워요. 크고 작은 스캔들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땐 오래 사귀었으니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에야 만났다 헤어져도 뭐라는 사람 없지만….”

―결혼하고 아이 낳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혼 전엔 일밖에 몰랐어요. 지금은 아내라는 자리도 즐겁고 엄마 노릇도 재밌어요. 하지만 제가 가진 작은 재주를 쓰지 않으면 없어질까 봐 쉬엄쉬엄 드라마도 찍고 그러죠.”

―90년에 데뷔해 10여년 동안 무난하게 연기자 생활을 해 온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한눈팔지 말자, 잘나간다고 티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배우는 연기로만 보여줘야지 개인 오연수를 드러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쉬고 있을 때는 인터뷰를 안 해요.”

―드라마에서 큰딸 꽃비가 깜찍하던데, 꽃비 같은 딸 하나 낳고 싶지 않으세요.

“딸이 소원이지만 셋째도 아들이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30대를 애들만 키우며 보내고 싶진 않아요.”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