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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배극인/베트남 여성들의 ‘한국찬가’

입력 | 2004-11-07 17:33:00


최근 베트남 하노이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도 한류(韓流) 열풍은 예외가 아닌데요. 장동건 원빈 등 ‘한류 스타’ 못지않게 베트남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한국 여성들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러움입니다.

베트남은 한 마디로 ‘모계(母系) 사회’랍니다. 자녀 양육이 아내 몫인 만큼 남편이 어느 날 훌쩍 집을 떠나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답니다.

그런 만큼 생계를 위한 돈벌이는 여성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베트남 농촌 지역이나 건축 현장을 둘러보니 일하는 사람은 대체로 여성이었습니다. 남자들은 그늘에서 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도 여성들을 선호한답니다. 남자들에 비해 일처리가 딱 부러지고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여성들이 가정 경제의 주인공이 된 게 전통과 관습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전쟁 끝에 남자들이 귀해졌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베트남 여성에게 드라마에 비치는 한국 ‘마나님’들의 생활은 동화 속 얘기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베트남의 이혼율도 높은데요 이혼을 하게 되면 아내 쪽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90% 이상이랍니다.

그렇다고 베트남 여성들이 가정이나 남편에게 헌신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랍니다. 결혼하면 대체로 시댁에 들어가 산답니다. 최근 한국의 농촌 총각 사이에 베트남 여성들이 인기 있는 신부감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다만 베트남에서도 고부(姑婦) 갈등은 적지 않다고 하더군요.

베트남은 전 국민의 60%가 30세 이하인 ‘청년 국가’입니다. 때문에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 자체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한국의 일부 ‘시민단체’가 잇따라 베트남에서 ‘사죄 퍼포먼스’를 하는 바람에 현지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됐답니다.

그렇다고 한국을 미워하는 건 아니고 ‘미국에 이끌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랍니다. 다만 베트남 정부는 통상교섭 때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배극인 경제부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