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전국 사학의 90%인 1742개교가 학교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국공립학교 교장들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일부 국공립 교장은 어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사립학교법·교육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교육자대회’에 참석했다.
국공립학교는 개방형 이사제 등을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공립 교장들이 행동에 나선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사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과 함께 한국 교육 전반에 가져올 갈등과 분열, 후유증을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학이 무너지면 국공립 교육도 도미노처럼 붕괴돼 교육현장 전체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교장 교감과 평교사,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가 무너지면서 학교가 특정이념의 실험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사학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 학교 수를 기준으로 중학교 23.5%, 고교 46%, 전문대 89.9%, 대학 78.9%가 사립이다. 그나마 대도시 사립 중고교의 경우 학생들을 일방 배정받고, 사립대도 각종 규제와 제한에 묶여 학생 선발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다. 선진국은 사립고교 비율이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학생 선발 및 등록금 책정의 자율권을 갖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특정 교원단체의 편향적 교육 노선을 받아들인 사학개정안은 이제 교육현장을 넘어 사회 전반의 갈등과 분열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가 “학부모들도 학교와 교사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바른교육권 실천운동본부’ 발족을 선언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위헌(違憲)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여론을 겸허하게 수렴해야 한다. 사학법 개악(改惡)을 강행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