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 이래 침묵을 지켜 오던 지식인과 단체, 정재계 법조계 인사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친노(親盧)계열의 진보세력만이 소리를 높이고 이와 다른 견해는 냉전수구 또는 반(反)개혁으로 공격받기 일쑤였다. 새로운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뉴 라이트(New Right)’가 건강한 비판세력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 라이트’의 문제의식은 현 정부의 급진적인 노선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국민의 77.1%가 ‘정부의 국정운영이 잘못됐다’, 53.7%는 ‘개혁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본보 여론조사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정부의 대북(對北) 인식과 대미(對美) 정책 등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또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이 ‘개혁’의 명분으로 강행되고, 시장경제논리와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정책이 성장은 물론 재분배까지 가로막는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제기는 ‘색깔론’ 또는 ‘역(逆)색깔론’으로 몰려 깊이 있는 논의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민주주의와 개혁의 명분으로 모든 것이 허용될 수는 없다. ‘집권 386’ 등 신(新)주류세력이 이룬 민주화운동의 공(功)은 인정돼야 하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민주주의였는지 따져볼 때가 됐다. 대한민국에 사는 개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위한 민주화였지 그들의 권력을 위한 수단은 아니었지 않은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집권했다고 해서 국민적 의견수렴 없이 독단으로 권력을 남용한다면 ‘비(非)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이자 ‘선출된 독재’로 전락할 수 있다.
보수든 진보든 어느 쪽이 무조건 옳거나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헌법정신을 외면하는 민주주의 또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아니다. 기존의 보수와 중도, 그리고 진보세력이 거듭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의 시장중심주의를 내세운 ‘뉴 라이트 신(新)보수’의 중추적 역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