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의 ‘골프’는 1974년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2300만대가 생산됐다. 유럽에서는 골프를 타며 성장한 ‘골프 세대(제너레이션)’라는 용어까지 있을 정도다. 30년 동안 전 세계 운전자에게서 무수한 검증을 받았음을 뜻한다.
이번에 폴크스바겐이 골프 5세대 모델인 ‘뉴 골프’를 내놓았다. 엔진 종류에 따라 5가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한국에 수입되는 모델은 2000cc급인 2.0 FSI 스탠더드(STD)와 디럭스(DLX)다. 가격(부가가치세 포함)은 STD가 3180만원, DLX는 3730만원.
뉴 골프가 4세대 모델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외형과 엔진이다.
골프의 특징이던 납작하고 조그만 차체가 근육질의 볼륨 있는 몸매로 변했다. 길이 4205mm, 폭 1760mm, 높이 1485mm로 ‘선대(先代) 모델’보다 각각 50mm, 25mm, 30mm씩 확대됐다. GM대우자동차의 칼로스(4도어)와 크기가 비슷하다. 헤드램프도 기존의 동그란 형태에서 약간 위로 치켜 올라간 듯한 삼각형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일부 마니아들 사이에 ‘골프’의 매력이 줄었다는 불평도 있다.
내부는 30년을 이어 온 실용주의가 그대로 살아 있다. 스티어링휠에는 그 흔한 핸들 오디오 리모컨 버튼 하나 없다. 하지만 인체공학적 설계 덕분에 센터페이시아에 있는 각종 버튼을 감각적으로 즉시 찾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엔진은 연료를 직분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출력과 연비가 15% 이상 향상됐다는 게 폴크스바겐측 설명. 최대 출력은 150마력, 토크는 20.4kg·m이며 공인 연비는 L당 11.9km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202km,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9.5초.
주행 성능은 저속에서는 조금 더디지만 중속에서는 뛰어났다. 40km에서 100km까지 치고 나가는 힘이 인상적이었다. 100km 이상 구간에서 좌우로 과격한 핸들링을 시도했지만 독일차답게 곧바로 안정감을 회복했다. 코너링 능력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
소음은 귀에 거슬렸다. 폴크스바겐은 4세대 모델보다 소음이 줄었다고 하지만 다른 수입차와 비교하면 거칠었다.
뉴 골프는 전반적으로 잘 마무리된 차였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낚아채는 데에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