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먼 與野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원내대표(왼쪽)와 한나라당의 김덕룡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국회 정상화 방안을 협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8일 이해찬 국무총리의 거친 발언으로 비롯된 국회 파행 사태를 풀기 위해 이틀째 머리를 맞댔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달 28일 이후 12일째 파행을 이어갔다.
이날 원내대표 회담을 중재한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은 “이 총리에게 유감 표명을 종용하고, ‘좌경 집단’ ‘극우 수구세력’ 등 상대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주의를 환기하겠다”고 중재안을 냈다.
이에 양당 원내 대표는 국회의장이 총리에게 유감 표명을 종용한다는 방안엔 동의했으나 국회 파행을 끝낼 구체적 방법엔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김 의장으로부터 ‘유감 표명’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의장의 뜻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시기와 장소 등 입장 표명의 방식에 대해서는 여야간 국회에서의 논의를 지켜보며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협의해 국회가 정상화되면 국회 파행에 따른 유감을 표명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날 회담에서 김 대표는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이 나서서 국회를 모독한 이 총리의 사죄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천 대표는 “국회 운영에 있어 야당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회담이 끝난 후 김기만(金基萬) 국회의장 공보수석비서관은 △주요 법안은 여야가 충분한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처리 △다음 주까지 의원친선협회 및 의원외교협의회 구성 등 회담 결과를 발표했지만, 국회 파행을 끝낼 수 있는 ‘알맹이’는 없었다.
양당은 회담 직후 각각 원내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이 총리의 파면과 사과 수위를 보고 방향을 결정한다는 당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아무 것도 합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박영선(朴映宣) 대변인도 “국회의장의 중재와 이 총리의 태도를 기다려 보겠다. 당에서 이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문제는 얘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파행은 10일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10일까지 국회 정상화 합의가 되지 않으면 4대 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 국회 일정이 어그러지기 때문에 이날을 넘길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날 민생파탄 규탄대회를 열어 정부 여당을 압박할 계획이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