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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집권 2기]北 인권법… 核… 전방위 압박

입력 | 2004-11-08 18:36:00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을 증오(loathe)한다. 질색할 만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2년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 이런 반응을 보였다. 우드워드 기자는 ‘부시는 전쟁 중’이라는 다큐멘터리 저서에서 “당시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이 세운 북한의 거대한 (정치범)수용소들이 가족을 분열시키고 무고한 이들을 고문하는 곳이라며 무척 화를 냈다”고 전했다.

도덕적인 가치를 이번 대선의 승부수로 던진 부시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추진할 대북정책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 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 문제 향방=부시 대통령 집권2기 대북정책 및 북핵 해법은 1기와 큰 차이가 없을 전망이다. 관건은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두느냐, 아니면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느냐에 달려있다.

내년 1월 이라크 총선 이후에도 이라크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부시 대통령은 당분간 북핵 문제 해결을 미룰 수도 있다. 전선을 2개로 펼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부시 대통령 집권 2기의 대북정책 윤곽은 19∼21일 칠레 산티아고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핵 문제는 부시 대통령이 강조해 온 것처럼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둘러싼 극한 대치 가능성=부시 행정부는 표현상의 차이점을 보이기는 했지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라는 북핵 해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핵 포기 대가로 선(先)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바라는 북한이 태도를 바꿔 6자회담 테이블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2일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우리를 적대시하지 않고, 동시행동 원칙에 기초한 일괄타결안의 첫 단계 조치인 ‘동결 대 보상’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야 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조선 핵문제를 우선 논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핵물질 분리실험을 문제 삼아 회담 진전을 어렵게 만들면서 6자회담 참석 자체를 협상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만일 6자회담을 거부하고 핵개발에 가속도를 붙인다면 미국은 대화가 아닌 다른 방식의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4일 트리뷴미디어서비스(TMSI)에 기고한 글에서 “국제사회는 당장 북한 정권과 이란의 손에 핵무기가 떨어질지 모르는 위협에 직면했다”며 “핵보유국이 늘어나면 억지력(deterrence)이 전통적인 의미를 잃을 것”이라서 강경대응을 주문했다(본보 5일자 A19면 참조).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거나, 재개되더라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 미국은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거나, 군사적인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부시 2기 내각에서도 북핵 정책을 둘러싼 강온파간 대립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강경파인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 얼마나 큰 목소리를 유지하느냐가 변수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 부시 대통령이 상당수 장관을 유임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중요시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교체 여부는 2기 내각의 대북정책 기조와 직결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 북한인권법도 변수다.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어서 북한과의 관계는 껄끄러워질 전망이다. 북한은 이 법을 체제 전복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