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국시리즈 때다. 김성근 전 LG 감독이 역시 그답게 ‘소수 의견’을 냈다. 김 전 감독은 야구계에선 알아주는 이론가이자 외골수. 그는 삼성이 우승 못한 수십 가지 이유를 열거하면서 선동렬 수석코치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응룡 감독이 예전처럼 선수단 운용을 도맡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고까지 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먼저 삼성은 한국시리즈 2차전을 비롯해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공을 한두 개 던진 상태에서 교체된 게 4번이나 된다. 이는 보통 팀이라면 1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것. 투수코치를 겸하며 불펜을 책임졌던 선 코치의 대응이 늦었거나 김 감독과의 사인이 맞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김 감독이 5차전을 지고 난 뒤 “투수교체가 너무 늦었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던 것도 같은 맥락.
임창용을 마무리든 선발이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은 결정적 패착이라는 주장. 또 최종 9차전에서 선발 김진웅이 2회에 난타 당하고 있는데도 마치 정규시즌처럼 오래 끌고 간 것이나 2차전, 7차전 두 번의 4점차 리드에서 동점을 허용한 것은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친 결과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전 감독의 주장은 단순한 결과론으로 보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야구인은 선 코치가 올해 삼성의 팀컬러를 바꿔 놓은 일등공신임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김 전 감독의 충고가 공허한 메아리가 돼선 안 된다. 신임 감독에 선임된 선 코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슈퍼스타이기에 앞서 이제 경력 1년의 햇병아리 지도자다.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겠다고 덤벼야 할 시기다. 더욱이 김 전 감독의 충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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