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손님이 가득 차면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뜻이다. 영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개봉 첫날 영화를 보기 위해 늘어선 관객을 보는 것만큼 감격적이고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은 거의 없어진 풍경이지만 1970, 80년대에는 개봉 첫날 매진되면 만원사례 봉투를 돌렸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수고한 감독, 배우, 스태프, 극장 관계자들, 그리고 개봉을 축하하기 위해 극장 앞에 들른 지인들 모두에게 나눠줬다.
5000원에서 1만원 정도가 담긴 적은 금액이지만 관객이 많이 들어 기분이 좋으니 그 기분을 함께 나누며 차 한 잔이나 간소한 식사라도 하라는 것이다. 영화사에서는 만원사례라고 큼지막하게 쓴 봉투에, 은행에 가서 갓 바꿔온 빳빳한 새 지폐를 넣어 몇백장을 준비했다.
과거 만원사례 봉투에는 ‘만원사례’라는 문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울 1, 2개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이른바 ‘단관’ 시대라 극장이름과 함께 영화 제목을 써넣었다. 지금 보면 좀 촌스럽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정감 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1996년에 함께 작업에 참여했던 최진실, 김승우 주연의 ‘고스트 맘마’라는 영화를 개봉하면서 만원사례 봉투(사진)를 받은 적이 있다. 오랜 세월 영화제작을 하신 ‘황기성 사단’의 사장님께서 흥행에 성공하자 분위기를 내시기 위해 손수 만원사례 봉투를 준비해 나눠주셨던 것이다.
이전과 달리 이 봉투를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흥행의 어려움과 성공했을 때 감사의 마음은 여전하다.
2001년 ‘친구’가 흥행에 성공하자 곽경택 감독의 아버지는 동네 주민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수건을 돌리기도 했다. 올해 초 1000만명의 관객을 넘어선 ‘태극기 휘날리며’는 떡을 돌렸다. ‘선생 김봉두’에서 연상되듯, 봉투가 주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먹음직한 떡으로 대신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외화 ‘반 헬싱’의 배급사가 만원사례 봉투를 돌려 화제가 됐다. 한국 영화도 아닌 외화였기 때문에, 잇따라 흥행에 실패해 어려운 처지에 있던 배급사의 마음이 두 배로 따뜻하게 전달됐다.
조금 야박하게 보이지만 e메일을 통한 감사장이나 일반 관객을 위한 무료 상영회 등은 요즘 스타일의 만원사례가 아닐까.
나의 경우 수년이 지났지만 ‘고스트 맘마’의 만원사례 봉투를 아직도 갖고 있다. 그 봉투를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끔 꺼내보며 모든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기쁜 마음으로 만원사례 봉투를 나눠주기도 기대해 본다.
채윤희 올댓시네마 대표 uni1107@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