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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DMZ 비무장지대’… ‘청춘 멜로’서 변신한 이규형 감독

입력 | 2004-11-10 16:29:00


“1979년 10·26 직후 전방부대의 수색대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영하 30도의 추위에 총탄이 추가로 지급되고 대남방송에서는 ‘서울에서 남쪽 장군끼리 붙었다’는 내용이 계속 흘러나왔습니다. 당시 수색대원들은 스스로를 전쟁 터지면 30초 안에 죽을 수밖에 없는, 돈도 없고 ‘빽’도 없는 ‘30초 인생’이라고 했죠.”

26일 개봉되는 영화 ‘DMZ, 비무장지대’의 이규형 감독(47)은 “25년 전 상황이지만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10·26 전후의 비무장지대(DMZ)를 떠올렸다.

군번 ‘64067402’의 이규형 일병은 1979년 10월 25일 입대 뒤 첫 휴가를 나왔다. 하지만 곧 ‘박정희 대통령 유고(有故)’라는 내용이 보도됐고 이 일병은 서둘러 부대에 복귀한다.

이 작품은 10·26에서 12·12까지 47일간 DMZ 내에서 벌어진 남북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 극중에서는 남북한 특수부대 침투요원이 철책선을 뚫고 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치열한 전투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26일 개봉되는 영화 ‘DMZ, 비무장지대’. DMZ에서의 남북한군 간의 무력충돌을 그린 이 영화는 최근 비무장지대(DMZ)의 3중 철책선이 뚫리는 사건이 발생해 개봉 전부터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79년 전방 수색대에서 근무한 이규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담겼다. -사진제공 영화방

공교롭게도 이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DMZ 3중 철책선이 뚫리는 충격적인 ‘실제 상황’이 발생해 관심이 증폭되었다.

“79년 상황은 절책선 절단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옆 사단에서는 북한 특수부대가 후방에서 철책선을 뚫은 뒤 대치하고 있던 남한 부대원 10여명을 살해하기도 했어요. 그 결과 그 지역을 담당하던 사단 전체가 교체되기도 했죠.”

40여분에 이르는 DMZ 내의 상황과 전투 신은 지난해 봄부터 1년간 강원 횡성군과 연천군에서 촬영됐다.

‘DMZ…’는 80년대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어른들은 몰라요’ 등 청춘 멜로 영화를 연출한 영화감독이자 일본대중문화 전문가로 활동해 온 그의 이력을 감안하면 의외가 아닐 수 없다.

그는 “내 경험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정치, 사회적 상황 때문에 90년대 중반까지 제대로 된 군대 영화를 찍을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그 대신 그는 95년 ‘헝그리 베스트 5’로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다. 그러는 사이 99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됐다.

“‘…JSA’가 미스터리에 초점을 둔 반면 내 작품은 가장 첨예한 남북 대치의 현장에서 총을 든 채 생사를 넘나들 수밖에 없었던 남북의 젊은이들을 통해 그 시대를 파헤치는 영화입니다. 남북의 갈등뿐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남북이 하나 되는 화해의 메시지도 담고 있죠.”

수색대원 시절의 이규형 감독.

9일 일본 도쿄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다. 메이저 배급사인 도에이가 약 3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한다. 댄스 듀오 ‘UN’의 김정훈과 뮤지컬 배우 출신의 박건형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이규형 감독 연출의 변=“25년 전 수색대원 근무시절 충격적 경험들… 생사를 넘나들 수밖에 없었던 남북한 젊은이들을 통해 그 시대를 파헤치고 싶었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