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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야기]전직 대통령들 권총…청와대 “어찌할꼬…”

입력 | 2004-11-10 18:48:00


“이 권총들을 어찌할꼬.”

청와대가 박정희(朴正熙)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등 군인 출신 전직 대통령들이 남겨 놓은 권총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대통령은 재임 때 소장해 온 권총을 청와대에 그대로 남겨 두고 떠났으며, 대통령경호실에서 지금까지 이 권총들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10여 자루의 권총이 남아 있는데 유족측에서는 이를 넘겨받고 싶어한다고 한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이자 육영재단 이사장을 지낸 서영(書永)씨측에서는 “아버지의 유품으로서 이를 건네받아 육영재단 회관에 전시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오기도 했다는 것.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때 종종 권총으로 사격 연습을 하는 등 애장하던 권총이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너 자루씩의 권총을 소장했던 전, 노 전 대통령의 경우는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에 의거해 관할 경찰서에 신고절차를 거쳐 소지허가를 받았고, 5년에 한번씩 갱신허가까지 받아 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이들 권총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청와대측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군인 시절 장성으로 진급하면 38구경 권총이 지급되지만, 이 역시 퇴역할 때 반납해야 해 개인적으로 소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

청와대측은 “이들 권총이 외국의 국가원수나 외교사절에게서 선물로 받은 것일 때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가 소유가 되지만, 이 법이 1983년에 제정된 것이어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 권총은 아직도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대부분 지금은 단종(斷種)된 구식 권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권총 중에 1979년 10·26사태 때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金載圭)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쏘았던 권총인 독일제 발터 PPk/s 권총도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 청와대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