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관객의 평가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죠. 다른 사람의 분석에 끌려 다니고 싶진 않습니다.”
MBC 주말연속극 ‘한강수 타령’(김정수 극본·최종수 연출)에서 김혜수의 상대역인 재력가 신률을 연기중인 최민수(42).
‘평소 터프한 이미지와 달리 신률이라는 배역이 유머감각 있고 부드러운 남자여서 그의 연기가 다소 느끼하다’는 네티즌들의 평가를 전하자, 최민수는 “느끼는 대로 연기할 뿐”이라며 웃었다.
11일 기자와 만난 최민수는 여전했다. 힘은 다소 빠졌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고, 쉬운 질문을 어려운 말로 받는 것도 변함이 없었다.
○사극 해보고 싶어 머리 길러
-머리를 기른 모습은 처음 보는데요.
“신률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아우라, 즉 자유스럽고 아픔도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원래 광개토대왕이나 이순신 같은 사극을 찍고 싶어 길렀어요. 사극은 영상언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발 없이 진짜 머리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준비 중인 사극이 있나요?
“‘해신’이나 ‘불멸의 이순신’ 캐스팅 때도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사극과는 거리가 멀더군요. 저는 한국적인 사극보다 동북아라는 큰 울타리에서 역사를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원했죠.”
○고현정씨 나와 잘 맞는 배우
-‘모래시계’에서 함께 열연했던 고현정씨가 다시 연기를 한다고 했는데요.
“그래요? 컴백한줄 몰랐어요. 매년 한 번씩은 만나 밥도 먹고 그랬어요. 부부 동반으로 만나기도 하고….”
-고현정씨와 영화나 드라마를 찍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담배를 빌려 피우며) 배우는 운명처럼 만나는 것이어서 상대 배우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정씨는 같이 작업할 때 서로가 잘 표현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한강수 타령’과 경쟁관계인 KBS2의 주말극 ‘부모님 전상서’가 시청률이 더 높던데요.
“시청률에는 신경 쓰지 않아요. 다리 떨면서 찍었던 ‘사랑이 뭐길래’는 대박이 터지고, 정색을 하고 찍은 영화 ‘리베라메’나 ‘유령’은 반응이 시원찮고, 그런 거죠.”
-작가 김정수씨가 최민수씨는 국민배우가 될 자질이 있다고 평가한 적이 있는데요.
“아버지(고 최무룡씨) 때부터 많이 봐 왔는데, 어느 선 이상은 부담이 돼요. 연기 잘 하는 사람은 다중 인격자들이죠.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너무 들어가면 고독해져요.”
-다중인격자와 사는 사람은 힘들 것 같아요. 요즘은 이혼율도 높던데….
“그러니 제 아내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하지만 또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여러 사람하고 사는 것 같을 테니까요. 하하하.”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