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마셜 프래드 지음 정초능 옮김/443쪽 1만6000원 푸른숲
마틴 루터 킹 목사, 이름난 흑인 민권운동가. 사람들은 그가 높이 날아올랐을 때를 보고 칭송한다. 인종차별주의에 대해 끈질긴 비폭력 투쟁으로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워 승리한 모습을 본다. 그러나 그가 쓰러진 자리를 사람들은 잘 보지 않는다.
미국의 1960년대, 이 책에서 확인하는 인종차별의 현실은 참혹하고도 참혹했다. ‘우리를 괴롭히는 백인을 사랑하자’며 나선 비폭력 시위대를 향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벽돌을 던지고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 뒤를 이어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경찰견을 풀어 사람을 쫓게 하고, 그 바깥에 약자에 대한 멸시로 폭력을 방관하는 자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끔찍했다.
글쓴이는 그 당시 민권운동 현장을 취재한 기자였다. 자신이 눈으로 직접 본 현장이기에 그토록 선명하게 그려낼 수 있었을까. 시위 현장의 혼란과 비명소리가 종잇장 너머로 내게 생생하게 전해져서 책을 읽다가 나는 가끔 숨이 막혔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그 명성이 절정에 이른 때, 그는 명성에 안주하지 않았다.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고 나서 온갖 비난을 뒤집어썼다. 더 나아가 미국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인 빈부격차를 해결하는 일에 나섰다. 그러다가 그는 암살자의 총탄에 쓰러졌다.
논술은 우리가 마주선 세계의 정신적 갈등상황에 대한 의문과 대답이다. 세상을 보면 힘센 편에 서서 돈과 욕망을 좇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당당히 말한다. 이 말은 간단하지만 만만치 않다. 설득력이 아주 강한 논리이다.
그럼, 왜 우리는 고난을 겪는데도 선을 지키며 살아야 할까? 그것은 인간이 짐승과 달라서다. 인간은 욕망을 만족시킨다고 해도 갈증이 다 사라지지 않는 존재이다. 사람은 선을 행했을 때 자기 안에 있는 어떤 것이 해방됨을 느끼면서 깊은 기쁨을 얻는다. 그럴 때 인간으로서 완성됨을 온몸으로 느끼기에, 인간은 윤리적으로 살고 싶게 된다.
한편 글쓴이는 킹 목사의 사생활 문제를 가리지 않고 써놓아 읽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이런 위대한 사람이 어떻게 그랬을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잘못을 범하는 주제에 무슨 큰일을 했다는 거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논법에는 함정이 있다. 뜻있는 일을 한 사람이라고 해서 잘못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대상에게서 문제 하나를 찾아내, 그것 때문에 다른 것이 빛을 잃는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그것은 절망으로 향하는 논리 전개다. 우리도 각자 자기모순에 시달리지만 그럼에도 무슨 일을 이룰 수 있다.
말년에 킹 목사와 오랫동안 함께한, 아직 살아 있는 한 친구가 한 말을 적는다.
“마틴을 쓰러뜨린, 마틴이 쓰러뜨리려 한 현실은 아직 그대로입니다.”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회원